▲ 현장과 프런트의 조화 속에 롯데는 원팀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 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래틱’은 최근 댄 스트레일리를 비롯한 롯데 선수 및 관계자들, 그리고 시카고 컵스에 소속됐던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성민규 롯데 신임 단장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성 단장은 부임부터 파격이라는 단어를 몰고 다녔고, 팀을 개편하는 과정에서도 남다른 행보를 선보였다. 무리하게 메이저리그(MLB) 시스템을 이식하려고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기존의 KBO리그 구단 운영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건 사실이다. 

그래서 부임 초기에는 다소 걱정도 있었다. 조직이라는 것은 항상 관성이 있기 마련이고, 업계에서 롯데는 그 관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팀 중 하나로 뽑히곤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불협화음은 들리지 않는다. 롯데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도 성 단장이 내부 저항을 정리하며 빠르게 조직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궁극적인 성과야 실적으로 나타나겠지만, 대체적으로 의사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는 자주 들을 수 있다. 이는 현지 언론에 보도된 것은 물론, 성 단장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종합이다. 그가 스카우트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는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좋은 경청자라는 데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언론을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그는 잘 듣고, 민감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한다. 뭔가를 숨기려 했던 예전 단장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알렉스 수아레스 시카고 컵스 국제 스카우트 총괄 또한 ‘디 애슬래틱’과 인터뷰에서 “성 단장의 가장 좋은 덕목은 다양한 의견에 매우 개방적이라는 것”이라면서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좀 더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하는 데 사용할 만큼의 충분히 스마트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허문회 롯데 신임 감독이다. 지금까지도 KBO리그에 유능한 단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런트 내부의 결속과 소통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단장들도 항상 있었다. 그러나 현장과 무게 배분에 실패한 사례가 꽤 많다. 

KBO리그의 감독들은 MLB에 비해 대개 더 많은 권력과 결정권을 가졌으며, 실제 그런 리더십을 원했던 감독들은 지금도 적지 않다. 이는 필연적으로 팀의 재건과 개혁을 추진하는 프런트와 갈등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무리 단장의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다해도, 손바닥을 마주칠 상대가 있어야 한다. 허 감독 또한 소통이 뛰어난 지도자로 뽑혔지만, '감독'으로서의 소통 능력은 미지수였다.

▲ 성민규 단장은 빠른 시간에 조직을 장악하며 현장과의 유기적 호흡도 만들어가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그러나 허 감독 또한 그간 감독들과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게 상당수 롯데 관계자들과 선수들 이야기다. 이처럼 현장과 프런트의 지휘자들은 ‘꾸준하고 장기적인 강팀’이라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했다. 매끄러운 의사소통은 물론, 서로의 영역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일을 한다. 롯데는 단순히 올해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만큼 중요한 ‘프로세스’는 없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아드리안 샘슨(29)을 두고도 롯데의 달라진 기준과 프로세스가 눈에 들어온다. 허문회 감독은 6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7일 귀국하는 샘슨에 대한 질문에 귀국 일정을 정확하게 잘 몰랐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샘슨은 팀 전력의 핵심이자 핵심인 외국인 투수다. 그럼에도 허 감독은 “구단과 운영팀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갈등이 아닌, 프런트를 100% 신뢰한다는 뉘앙스가 그대로 읽혔다.

오히려 허 감독은 “이쪽의 선수에 신경을 쓰기 바쁘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샘슨의 자가격리 14일 기간의 일은 프런트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프런트와 현장의 몫이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된 MLB식 느낌, 서로의 영역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식도 와닿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지성준의 개막 엔트리 제외 또한 구단 내부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실권을 장악한 단장으로서는 자신이 데려온 선수를 즉시 1군에서 쓰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 단장과 허 감독 모두 장기적인 시선에서 지성준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2군행에 대한 특별한 의견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즌이 거듭되다보면 현장과 프런트 사이에 갈등도 생기고, MLB에서도 그런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그런 문제가 불거진다. 일각에서는 "허문회 감독도 고집에 세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떤 갈등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고 보자'식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롯데의 현장과 프런트가 한곳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팬들은 그 시기가 오래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