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는 볼 판정의 일관성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남겼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공 한 개 크기의 차이에 갈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게다가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은 포수 미트까지 대개 0.4초 만에 들어온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인간의 판단력 한계를 실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심판은 볼 판정은 매번 논란이 된다. 선수들과 심판의 기준이 항상 같을 수는 없고, 심판도 사람인지라 순간적으로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KBO리그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 수준이 높다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하루에 몇 차례씩 대립각이 생긴다. 아예 선수와 심판, 감독과 심판이 싸우는 경우도 있고 퇴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로봇 심판의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있다. 그래서 한화 주장 이용규(35)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용규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가 끝난 뒤 방송사 인터뷰에서 볼 판정에 대한 일관성 문제를 꺼내들었다. 조금 더 일관성 있게 판정을 내려달라는 취지였다.

전체적인 어조는 정중했다. 이용규도 심판위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KBO리그 17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이 그것을 모를 리는 없다. 심판들마다 존이 다를 수도 있다. 다만 경기 내에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용규 발언의 취지였다.  

실제 6일과 7일 인천에서는 유독 볼 판정에 표정이 바뀌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용규는 6일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몇 차례 지었고, 7일에도 빈도가 줄었을 뿐 몇 차례 판정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상대인 SK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은 삼진으로 이어진 볼 판정에 “아니다”고 항변하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7일에는 우타자 기준 몸쪽 코스가 전체적인 선수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인간이 심판을 보는 이상 스트라이크와 볼을 100%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경기당 300구가 넘는 모든 공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사실 현역 출신들이 많은 KBO리그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는 MLB 못지않다. 어쩌면 개인에 따라 더 나은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친숙한 팬들도 이를 인정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최대한 일관성 있게 잡아주면 이해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용규의 발언은 선수들 전체를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심판들도 논란이 생기면 괴롭다. 오심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나중에 확인을 하면 괴로운 밤이 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KBO도 판정 정확도를 고과에 반영하는 터라 심판들도 대충 보는 경우는 결코 없다. 투구 추적 프로그램, 초고속 카메라가 보편화된 것도 긴장감을 높인다. 한편으로는 지금 환경 또한 선수들은 물론, 심판들에게도 힘들다. 시범경기를 충분히 치르지 못해 감각이 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갈 이유는 전혀 없다. 이용규도 싸우자고 도발하거나 심판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는 "노력하고 있는 건 알지만, 선수들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또한 볼 판정의 일관성은 심판들도 직간접적으로 매번 들어왔던 이야기다.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심판들의 고민은 지근거리에서 호흡하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지금처럼 노력을 계속 하면 된다. 서로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서로의 권위와 존중심도 저절로 올라간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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