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구원왕 경쟁을 벌인 고우석(왼쪽)과 하재훈 ⓒ한희재 기자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19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 하재훈(30·SK)과 고우석(22·LG)이 구원 부문 1·2위에 있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두 선수의 등장은 KBO리그에 큰 파도를 몰고 왔다.

해외 유턴파 출신으로 본격적인 투수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 하재훈은 지난해 시즌 중간부터 마무리 자리를 이어받아 36세이브를 기록했다. 깜짝 구원왕 탄생이었다. 역시 개막 보직이 마무리는 아니었던 고우석도 35세이브를 수확하며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이 두 선수가 올해 팀의 마무리로 시즌을 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2020년 시작이 그렇게 깔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두 선수 모두 현재 지난해만한 구위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팀간 연습경기, 시즌 초반 성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종의 ‘2년차 징크스’를 이겨내야 한다는 과제가 두 선수 앞에 놓였다.

하재훈은 패스트볼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한 달 이상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난해만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 실제 6일 인천 한화전에서 하재훈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1㎞였다. 지난해(146.3㎞)에 비하면 3㎞나 떨어졌다.

고우석은 연습경기에서 구속 자체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밸런스가 흔들렸고, 다소 부진한 모습으로 우려를 샀다. 특히 변화구가 불안했다. 연습경기에서 두 차례나 뒷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많이 던진 여파로 지난해 막판부터 구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팀은 굳건한 믿음이다. 현재로서는 마무리에 불안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두 선수가 곧 정상 컨디션을 찾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도 그런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자신들에게 익숙해진 타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한 준비도 꾸준히 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고우석이 불안할 때마다 “맞아도 지금 맞는 게 낫다”고 두둔했다. 오히려 “올해 잘하면 무섭게 클 것이다”고 기대했다. 2년 정도 정상급 성적을 내면 롱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베테랑 박용택 또한 “흔들려 보였을 뿐, 불안하지는 않았다. 지난해보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SK 또한 하재훈의 계속된 실점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7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구속이 조금 떨어졌지만 충실히 훈련과 보강을 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회전수나 회전축은 정상적”이라면서 금세 반등할 것이라 자신했다.

다른 불펜 투수들은 실패가 용인될 수도 있지만, 마무리는 뒤를 지키는 선수가 없다. 마무리를 시즌 중 바꾼다는 자체가 팀 마운드 구상의 상당 부분 수정을 의미한다.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이다. 두 선수가 2년차에도 좋은 성적으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개인적으로도 꽃길이 열릴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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