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구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소형준의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만 19세,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고졸 신인이라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운 완성도였다. 뚜껑을 연 소형준(19·kt)은 팀의 리그의 기대를 한몸에 모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는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소형준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자신의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2회 1점씩 실점하기는 했지만, 3~5회는 무실점으로 막으며 데뷔전에서 첫 승을 챙겼다.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것은 KBO리그 역사상 8번째 있는 일이었다.

팀이 개막 시리즈에서 전패를 당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두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신인에게는 가혹하다 싶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소형준은 그런 상황 자체에 긴장하지는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결과로 보여줬다. 5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면서 안타 5개를 맞기는 했지만 비교적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단순한 호투가 아닌, 완성도와 재질을 보여준 투구라는 점에서 더 인상적이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다. 여기에 보통 고졸 루키들이 던지기 까다로워하는 투심패스트볼도 자유자재로 던졌다. 커브와 체인지업도 믿고 던질 수 있었다. 제구가 간혹 흔들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볼넷은 한 개밖에 없었다. 그만큼 빨리 회복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투수들도, 데뷔전에서 이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선수는 극히 드물다. 이강철 kt 감독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소형준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kt는 소형준이 2~3년 내에 팀 로테이션을 이끌 만한 선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려면 올해 관리가 중요하다.

이강철 감독은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120이닝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트레이닝파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결과다. 이 감독은 현재 고교야구가 주말리그 체제로 예전처럼 많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는 데 주목한다. 전례상 갑자기 이닝이 불어나면 탈이 날 확률이 높다. 이 감독은 “상황을 보고 무리가 안 된다면 1경기, 10이닝 정도는 더 생각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래봐야 규정이닝(144이닝)만큼 던지게 할 생각은 없다.

소형준은 120이닝에 대해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한 번 던지면 5일을 쉬기 때문에 회복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다. 소형준은 경기 후 “매 경기 등판마다 집중하며 던지면 이닝은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군이든 2군이든 경기당 5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24경기 남짓이다. 중간 중간 로테이션에서 빼 휴식을 주기는 무난한 경기 수다. 이 걸출한 재능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인도하기 위한 kt의 계산기가 이제 막 가동을 시작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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