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 역대 4번째 8년 연속 10승에 도전하는 유희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유희관(34·두산)의 스타일은 변한 게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2020년 시즌 첫 경기는 그의 날이 아니었다. 8년 연속 10승이라는 대업에 도전하는 유희관에게 약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희관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kt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5실점 부진 끝에 첫 패전을 안았다. 올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유희관으로서는 다소 허탈한 결과였다. 팀도 무너진 유희관의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3-12로 크게 졌다. 

투구 스타일이나 패턴은, 당연히 이전과는 다를 게 없었다. 감량을 통해 오히려 공끝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기대가 몰렸다. 오히려 8일 평균 구속은 지난해보다 소폭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유희관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가 이날은 무뎠다. 결국 kt 타자들에게 정타를 허용하며 5회를 버티지 못했다.

유희관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30㎞ 안팎이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느리다. 자연히 콘택트 비율이 높아진다. 유희관의 콘택트 비율은 지난해 규정이닝 선발투수 중 가장 높다. 그러나 그 구속에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활용하는 능력과 뛰어난 무브먼트다. 타자들은 유희관의 패턴에 대해 “공 한 개 차이를 정말 잘 이용하고 공이 마지막 순간 도망간다”고 평가한다. 

그런 능력을 일관성 있게 유지한 재능과 노력의 결과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다. 하지만 이날은 공이 한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잦았다. 5회만 해도 조용호 강백호의 안타 때 포수 박세혁은 바깥쪽을 요구했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아 안타를 허용하고 5회를 그르쳤다. 유희관이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공인구 여파로 타자들이 타이밍을 더 앞으로 당기는 요즘, 느린 공이 가운데 몰리면 정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맞혀 잡아야 하는 유희관으로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8일 경기가 그랬다. 다음 경기에서는 원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유희관은 느린 구속 때문에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되는 투수 중 하나다. 편견도 많다. 하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 2013년 이후 거둔 승수(87승)는 양현종(KIA·99승)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그만한 기량을 가졌기에 가능한 승수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는 KBO리그 역사에서도 세 명(이강철·정민철·장원준)만 가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유희관이 역대 네 번째 선수가 될 수 있을지는 결국 공 하나 차이의 제구에 달렸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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