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분다' 퍼거슨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사람의 심리를 잘 다루는 지도자였다.

'헤어드라이어.' 축구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단어지만, 사실 많은 축구 팬들은 헤어드라이어에서 세계적인 명장을 떠올린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 지도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 퍼거슨 감독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 얼굴에 대고 불같이 화를 냈다.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큰 소리로 화를 낸다고 하여 붙은 별칭이 '헤어드라이어'다. 퍼거슨 감독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선수를 맹렬하게 혼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수 생활의 대다수를 퍼거슨 감독 아래서 했던 라이언 긱스 현 웨일즈 대표팀 감독이 '헤어드라이어'를 피했던 선수들을 꼽았다. 그는 퍼거슨 감독 지도 아래서만 905경기를 뛰었다.

긱스는 스포츠 전문 채널 '비인스포츠'에 출연해 "3,4명의 선수가 헤어드라이어를 피했다. 에릭 칸토나가 그 중 한 명이었고, 브라이언 롭슨, 로이 킨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승리의 주역이 되는 선수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 모두 피치에서 할 일을 했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칸토나를 대하는 퍼거슨 감독의 태도를 주목할 만하다. 긱스는 "칸토나가 경기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득점도 하지 못했고 카를로스 테베스나 웨인 루니처럼 달리지도 않았다. 아무 영향력이 없었다. 하지만 곧 좋아질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선수들은 드레싱룸에서 칸토가가 헤어드라이어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칸토나가 부진했던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칸토나에게 별 말을 하지 않고 믿음을 줬다. 긱스는 "그 다음주 칸토나는 결승 골을 넣었고 마법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퍼거슨 감독은 피치에서 잘하고 있는 한 '거물'들을 아주 잘 다뤘다. 그들을 다른 방식으로 다뤘다"며 퍼거슨 감독이 스타플레이어와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심리학에 통달했다. 어깨동무를 하거나, 하프타임이나 경기 종료 뒤에 로켓을 쏘아대거나, 그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서, 개개인에게 최고의 방식대로 대했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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