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정훈이 10일 사직 SK전에서 1루로 뛰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최근 SK 와이번스와 홈경기가 한창이던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은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올 시즌 들어 선수들이 범타를 치고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이유였다.

성 단장은 “개막을 앞두고 고과 산정 체계를 조금 손질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1루 출루다. 기본적으로 출루율이라 하면 안타나 볼넷, 몸 맞는 볼을 통해 1루로 나가는 것을 포함하는데, 올해부터는 상대 실책을 틈타 1루까지 나가더라도 이를 출루 고과로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 타석 타자들의 전력질주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보통 내야수로 향하는 평범한 땅볼 타구가 나올 경우, 대개의 타자는 털레털레 1루로 뛰다가 아웃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체 출루율 산정 방식이 위와 같이 바뀌게 되면서 타자들은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해 1루까지 전력질주하게 됐다.

성 단장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선수들이 언제나 전력질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이를 보는 팬들도 박진감은 느낄 수 있지 않겠나. 또, 선수들 역시 출루라는 가치 자체를 높게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외야 안타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 수비수가 느슨하게 안타 타구를 처리하는 틈을 타 2루까지 도달한다면, 공식 기록으로는 1루타가 되더라도 고과상으로는 2루타로 인정하기로 했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 롯데 성민규 단장이 8일 사직 SK전을 지켜보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롯데가 추구하는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롯데는 올해부터 타자들의 타율 대신 OPS(출루율+장타율)를 전광판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이는 출루를 중시하는 고과 산정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성 단장은 “타율이 낮은 타자들은 전광판에 적힌 자신의 기록을 보면서 타격 전부터 의기소침해진다. 이는 선수는 물론 팀 전체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OPS를 전광판 기록으로 채택하게 됐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롯데만의 문화로 자리 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개막 5연승을 달린 롯데. 지난해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거인 군단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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