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시절보다 구속이 떨어진 닉 킹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단순한 컨디션 난조나 적응 문제일까. 아니면 회복되기 어려운 문제를 확인하고 있는 것일까. SK 외국인 투수 닉 킹엄(29)이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패스트볼 구속이, 자그마치 5㎞나 사라졌다.

킹엄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⅔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10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8실점(5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수비 실책 탓에 실점이 3점 더 불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투구 내용임에 분명했다. 팀도 5-9로 졌다. 결과보다는 내용이 더 우려스러웠다. 

첫 등판이었던 5일 인천 한화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으나 패전을 안은 킹엄은 충분한 휴식 이후 등판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안타를 10개나 맞았고, 볼넷도 2개를 줬다. 여기에 라모스에게 투런포까지 얻어맞으며 실점이 불어났고 수비조차도 도와주지 못했다. 

문제점이 뚜렷했다. 투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포심패스트볼 구속이었다. 킹엄은 이날 패스트볼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는 최고 145㎞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3회 이후로는 줄곧 140㎞대 초반에 머물렀다. 투심패스트볼은 130㎞대 후반도 나왔다. 아무리 변화구를 잘 던지고,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도 모든 볼배합의 기본이 되는 패스트볼 없이는 승부가 힘들었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없어 안타를 맞는 것은 둘째치고, 패스트볼에 자신감이 없다보니 2S를 잡아두고도 승부가 어려웠다. LG 타자들은 킹엄이 패스트볼로 정면승부를 꺼린다는 것을 간파했다. 슬라이더·체인지업을 기다리거나 커트하거나, 볼이 되는 공을 차분하게 골라냈다. 승부수를 잃은 킹엄은 투구 수만 늘린 채 승부를 주도하지 못했다. 투수가 끌려다녔다.  

실제 3·4회 실점 과정을 봐도 이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3회 선두 이천웅, 김현수에게 던진 패스트볼이 모두 위력이 없이 존에 들어간 끝에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4회에는 1사 1루에서 이천웅 김현수를 모두 2S 카운트에서 시작하고도 확실하게 승부를 보지 못한 끝에 역시 연속 안타를 맞았다. 채은성 타석 때도 2S를 잡아두고 볼넷을 내줬다. 킹엄은 지루하게 변화구 승부만 했다. 패스트볼에 자신이 없었고 LG는 이 심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1~2타석 킹엄의 변화구를 지켜본 타자들은 체인지업을 침착하게 골라냈다. 3-5로 뒤진 2사 만루 상황에서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도 치명적이었으나, 3-6으로 뒤진 2사 만루에서는 전 두 타석에서 모두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낸 박용택에게도 밋밋한 투심패스트볼이 높게 들어가며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박용택은 1B-2S에 몰리고도 변화구를 커트한 끝에 값진 안타를 만들었다.

킹엄의 메이저리그 시절 구속과 비교해도 차이가 도드라진다. 킹엄의 2018년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8.4㎞, 2019년은 147.4㎞였다. 그러나 직전 한화전 포심 평균구속은 142.5㎞까지 떨어졌고, 이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5㎞가 사라진 셈이다. 물론 MLB 시절 기록에는 불펜으로 뛴 경기도 포함되어 있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마운드 사정을 핑계로 들 수도 있다. 그래도 5㎞는 너무 큰 폭이다.

사실 구속 문제는 연습경기 당시부터 지적됐다. SK 관계자들은 “킹엄이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최고 140㎞대 후반을 던져야 한다”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 기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킹엄은 “실전에 들어가면 조금 더 긴장하기에 구속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즌이 시작된 지금까지 구속은 회복 기미가 없다. 회복 없이는 이런 경기 양상이 다시금 뻔히 그려진다. 그렇다면 SK가 기대했던 외인 에이스도 없다. 첫 5~6경기에서 모든 게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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