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뛰어난 활약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로베르토 라모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원래 잘하던 선수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LG 주장 김현수(32)는 새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의 시즌 초반 활약에 반색했다. 김현수는 12일 잠실 SK전이 끝난 뒤 “조금 더 봐야겠지만…”이라는 신중한 전제를 잊지 않으면서도 “한국야구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잘하고 있고 이런 모습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라모스는 타 구단에 비해 외국인 타자들이 부진했던 LG 팬들의 한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시작부터 기세가 좋다. 12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435, 3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413을 기록 중이다. 원래 힘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는 선수였는데, 여기에 타율까지 좋으니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가격리로 시즌 준비가 다소 늦었음을 생각하면 더 큰 기대를 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라모스가 4번 1루수에 자리를 잡으면서 LG 공격력의 짜임새도 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팀 사정에 따라 타순과 수비 포지션이 오락가락했던 김현수를 2번 좌익수로 고정함에 따라 상대 마운드를 시작부터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는 12일 잠실 SK전에서 테이블세터에 포진한 이천웅 김현수가 각각 4안타씩을 때리며 SK 마운드를 조기에 ‘KO’시켰다. 3회 터진 라모스의 결승 투런은 LG 타선의 가능성을 뚜렷하게 시사하고 있었다.

첫 테이프를 잘 끊은 라모스는 이제 서서히 상대 팀의 분석에 맞설 시간이 돌아온다.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다. 여기서 잘 버틴다면 그야말로 LG 타선에는 천군만마다. 다만 이 흐름을 이어 가는 것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라모스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라모스의 리그 적응력을 확인할 시간이다.

2014년 LG의 외국인 타자로 낙점 받은 조쉬벨은 시즌 초반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다. 첫 16경기까지 조쉬벨의 타격 성적은 타율 0.333, 6홈런, 14타점으로 뛰어났다. 전체적으로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좋은 외국인 선수가 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그후 22경기 타율은 0.265에 불과했고, 홈런도 2개밖에 없었다. 마지막 25경기 타율은 0.220에 불과했다. 결국 퇴출을 피하지 못했다.

역시 타 팀의 집요한 분석을 피해가지 못해서다. 조쉬벨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타 팀들은 약점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조쉬벨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국내 선수와 달리, 매년 재계약이 걸린 외국인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악순환이 거듭되기 마련이다. 조쉬벨도 그런 부정적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짐을 쌌다.

외국인 타자들의 경우 30~50경기의 타격을 보면 대략적인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나머지 구단들과 한 번씩은 싸워봤을 수치이며, 150~200타석 정도면 선수의 데이터도 적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꼭 타율이 아닌, 타구속도 등 타율 뒤에 숨겨진 숫자까지도 모조리 체크가 가능하다. 지금 타율을 계속 이어 가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일단 이 시기까지 잘 버티면 첫 관문은 통과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타자의 반격이 시작될 수도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거포 유형의 선수라 필연적으로 헛스윙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무작정 휘두르기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라모스의 삼진율은 15.4%로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실제 라모스는 자신의 히팅존이 생각보다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몸쪽 코스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온다는 게 지금까지 파악된 부분이다. 패스트볼 대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어가고 있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와 높은 코스 유인구 또한 무난하게 잘 골라내고 있는 양상이 눈에 들어온다. 평균 이상의 선구다. 거포 유형의 선수치고는 기복이 적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약 라모스가 올해 성공적으로 리그에 안착한다면 LG는 모처럼 외국인 타자 고민에서 해방된다. 라모스는 올해 만 26세다. 2~3년은 문제가 없는 나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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