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임찬규.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임찬규의 입지는 지난겨울부터 이번 봄을 지나는 사이 꽤 좁아져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경험이 많은 임찬규를 로테이션에서 빼겠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그를 4선발에서 5선발로 여기기 시작했다.

개막 첫 주 선발 등판 순서만 봐도 그렇다. 임찬규는 송은범(6일 두산전)과 정찬헌(7일 두산전)보다 늦은 9일 NC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이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임찬규의 2020년 시즌 첫 등판은 13일까지 밀렸다. 류중일 감독은 정찬헌을 임찬규 앞에 배치한 배경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정찬헌의 공이 조금 더 낫다 싶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팀 내 입지와 결과물은 비례관계에 있지 않았다. 임찬규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첫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타일러 윌슨(4⅓이닝 7실점), 케이시 켈리(2이닝 6실점 5자책점)보다 나았다. 시즌 첫 등판에서 첫 승을 챙긴 임찬규는 "등판 순서가 밀린 것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감독님 코치님 판단이니까. 내가 나가는 날만 잘 던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LG 임찬규. ⓒ 곽혜미 기자
청백전 내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던 임찬규는, 자신이 원하던 '터널'을 찾으면서 반등할 수 있었다. 고전했을 때는 레퍼토리의 기본이 되는 두 구종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지는 동작이 자신도 모르게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청백전에서 상대한 타자들의 조언, 그리고 트래킹 데이터를 조합해 개선점을 찾았다. 직구와 체인지업이 타자 근처까지 와서야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마지막 청백전부터 두 차례 연습경기까지 3경기 연속 선전으로 나왔다.

13일 경기에서 나온 7개의 탈삼진은 임찬규의 1실점 호투가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임찬규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44km를 찍었지만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직구 탈삼진이 5개로 많기는 했어도 구속의 위력을 앞세우기보다는 타이밍을 흔든 경우가 많았다. SK 타자들은 경기 중반 임찬규의 140km도 안 되는 직구에 대처하지 못했다. 방망이는 공 아래를 향했다. 체인지업을 의식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찬규는 데뷔 시즌 던졌던 150km 가까운 빠른 공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볼넷이 적지 않아 위기를 자주 겪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임찬규는 선발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임찬규는 주눅이 들기보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찾았다. 지금은 전력분석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투수로 꼽힌다. 상대 타순의 특성, 타자들의 장단점을 자세히 파악해 경기에 나선다. 그래서 임찬규는 달라질 수 있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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