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민병헌이 13일 사직 두산전에서 9회말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쳤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사실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에라이 모르겠다’면서 그냥 휘둘렀다. 감독님께서 평소에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신다. 타석에 들어선 순간, 생각이 많았는데 접어놓고 쳤다.”

사직에서 또 롯데 시네마가 개봉됐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도 롯데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다. 롯데는 뒤집고 뒤집히는 경기에서 끝내 승리했다. 롯데의 캡틴 민병헌(33)이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개인통산 최초 끝내기 홈런으로 팀에 짜릿한 10-9 승리를 안겼다.

민병헌은 경험 많은 타자다. 2006년 두산에서 데뷔했고, 2018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올해로 프로 15년차. 13일 경기까지 1322경기를 뛰었고, 통산타율이 3할대(0.302)다. 1197안타 98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끝내기 홈런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8회말 2점을 뽑으면서 9-8로 승부를 뒤집어 승리를 눈앞에 두는가 했으나 9회초 오재일에게 동점 홈런을 맞으면서 9-9 동점이 돼버렸다. 여기서 9회말 첫 타석에 들어선 민병헌. 초구에 휘두른 공이 담장을 넘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기쁨과 얼떨떨함이 공존했다. 끝내기 홈런에 대해 묻자 “얼떨떨하다.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 난다. 1400경기 가까이 나가도 중요한 순간이 되면 모른다. 확실한 것은 생각이 없을 때 더 잘 된다. 직구를 친 줄 알았는데 변화구였다”고 웃었다.

“생각 없이 하고 싶은 걸 하라.” 롯데 신임 감독 허문회 감독이 스프링 캠프부터 주문한 것이었다. 허 감독은 항상 “많이 생각하지 마라.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망설이지 마라”고 강조한다. 허 감독 믿음에 부담을 내려놓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민병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내가 할 것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실점을 해도 상대방이 더 잘한다고 인정하고 평소처럼 준비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분위기가 즐겁고 매 경기 재미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라며 최근 상승세를 말했다.

주장 민병헌과 베테랑 선수들이 밝은 라커, 덕아웃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민병헌은 “형들과 우리가 먼저 파이팅을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먼저 하기엔 어렵다. 서로가 개의치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한다”고 팀 분위기를 말했다.

롯데는 매 경기 극장을 열고 있다. 선배와 후배,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들이 돌아가며 '롯데 시네마'의 영웅으로 등장하고 있다. 13일에는 마침내 캡틴이 주역이 됐다. 롯데는 12일 5연승 행진이 마감됐다. 13일에도 패했다면 상승 분위기가 갑자기 식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경기에서 주장이 결정적 순간에 끝내기 홈런으로 다시 분위기를 살렸다. 지난해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기어코 극적인 승리로 마무리하면서 롯데는 한층 더 강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개막 후 6승1패로 NC와 공동 선두. 허문회 감독의 ‘자율 야구’에 더 끈끈해지고 있는 롯데다. 허 감독의 주문 대로 망설임 없이, 거침 없이 진격하고 있는 거인이다. 2020년 부산의 5월은 롯데 이야기로 뜨겁게 들끓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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