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100억 클럽을 목전에 두고 있는 LG 차우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LG 토종 에이스인 차우찬(33)은 류중일 LG 감독과 인연이 깊다. 차우찬이 KBO리그에 데뷔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선수 경력을 류 감독과 직간접적으로 함께했다.

2000년부터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류 감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 감독을 역임했다. 차우찬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로 떠나자, 공교롭게도 류 감독은 1년 뒤인 2018년 LG 사령탑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왔다. 국내에서 차우찬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단점은 물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시즌의 준비가 좋았는지도 훤히 꿰뚫고 있다.

그런 류 감독은 차우찬이 예전과 다른 투수가 됐다고 말한다. 류 감독은 1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이와 관련된 질문에 “강력한 스피드를 버렸다. 예전에는 145~147㎞를 던졌지만, 지금은 전광판에 140㎞ 정도가 찍힌다”면서 “수술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빠른 변화구에 느린 커브로 완급 조절을 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실제 차우찬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매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5~6년 전과 비교하면 평균 3㎞가 떨어졌다. 대신 커브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런 완급조절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 그리고 여전한 스태미너를 가지고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자신감이다. 류 감독은 “제구와 느린 커브로 타자를 현혹시킨다. 연타도 잘 맞지 않는다”면서 “우리 투수들 중에서 가장 잘 뛴다고 보면 된다. 장거리 달리기는 항상 1등”이라고 강조했다.

류 감독의 분석은 정확할지 모른다. 차우찬은 예전보다 떨어진 구속으로도 비교적 무난한 스타트를 끊었다. 올 시즌 첫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6이닝씩을 소화했다. 더 좋아질 여지도 많다. 류 감독은 구속은 시간이 지나면 올라올 것이라 예상한다. 여기에 여전히 110~120구를 던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류 감독은 차우찬의 진가가 투구 수 100개 이후에도 나온다고 본다.

이런 차우찬의 변신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스타일 변화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30대 중반에 이른 투수다. 젊을 때처럼 강속구를 던질 수는 없다. 대신 변화구와 완급조절, 그리고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운영으로 타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반등한 차우찬은 올해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한다.

이는 다시 맞이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전과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정상급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 구속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완급조절과 경기운영은 남는다. 계약을 시도하는 구단에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예년과 다르게 준비에도 걸림돌이 없었다. 류 감독도 “FA는 가만히 놔둬도 잘한다”고 껄껄 웃었다.

올해 FA 시장을 성공적으로 보낸다면 차우찬은 KBO리그 FA 역사에 당분간 깨지지 않을 기록도 남길 수 있다. 차우찬은 2017년을 앞두고 LG와 4년 95억 원에 계약했다. 큰 부상만 없다면 두 번째 FA 자격 행사도 무난히 끝마칠 전망이다. 구단들의 지갑이 얇을 것이라 전망되지만, 시장에 선발투수가 귀한 것은 2017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역대 10번째 ‘FA 100억 클럽’ 가입은 확실시된다. 투수 신기록도 가능하다. 단순히 KBO리그 FA 자격 행사만 놓고 봤을 때, 투수 누적 최고액 기록은 정우람(35·한화)이 가지고 있다. 정우람은 2016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84억 원에 계약했고, 올해를 앞두고는 4년 39억 원에 또 사인했다. 총액 123억 원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차우찬이 이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나름의 훈장이다. 차우찬이 역사를 향해 순조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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