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김주온(사진) 등 신예 불펜 투수들에게 적응의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SK 불펜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필승조로 생각했던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나쁘다. SK의 선택은 ‘순리대로’다. 144경기 전체를 바라본 관리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SK가 빈약한 타선에도 불구하고 88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마운드의 힘이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김광현, 앙헬 산체스라는 ‘원투펀치’가 빠져나간 선발진의 약세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믿었던 불펜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없이 흔들린다. 13일까지 SK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무려 7.89다. 지난해는 3.69였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SK의 필승조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 중 김주한 김세현은 이미 1군에 없다. 시즌 초반 밸런스가 깨져 보완차 2군에 내려갔다. 정영일은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 게다가 마무리 하재훈을 비롯, 셋업맨인 서진용 박민호의 초반 구위도 지난해만 못하다. 선발로 전향한 김태훈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택형의 시즌 첫 3경기 평균자책점은 63.00이다.

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염경엽 SK 감독은 인내하면서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김세현 김주한 정영일은 2군에서 충분한 담금질을 거쳐 다시 1군에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염 감독은 1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들에 대해 “완벽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게 본인과 팀에 도움이 된다.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완벽하게 됐을 때 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현재 흔들리는 1군 불펜 투수들도 2군에서 같은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활약이 좋은 이건욱 김정빈 김주온과 같은 신예 선수들은 무리하게 활용하기보다는 원래 구상대로 간다. 당장 어려운 불펜 사정에 이들의 필승조 승격을 고려할 만도 하지만, 섣불리 중요할 때 썼다 실패하면 오히려 더 타격이 크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염 감독은 “당분간은 편한 상황에서 나와 좋은 과정을 가게 하겠다”고 했다. 단계별로 압박을 이겨내면 지난해 하재훈처럼 조기에 1군 정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구상대로 잘 진행된다면 시즌 중반 이후 불펜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주축 선수들이 컨디션을 찾는 사이 신예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 신구 조화는 물론 선의의 경쟁 효과도 얻는다. 앞으로를 봤을 때도 긍정적이다. 다만 ‘그 사이’를 어떻게 버티느냐는 관건으로 남는다. 결국 남아있는 셋업맨들이 이길 경기는 최대한 지켜주고, 혹은 선발과 타선이 응원해주는 방법밖에 없다. 불펜 난관은 ‘팀’으로서 이겨나가야 성적과 육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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