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실책이 참사로 이어진 김창평은 나쁜 기억을 빨리 잊을 필요가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첫 실책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최소 137경기가 남아있다. 나쁜 기억을 빨리 지워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팀 사정상 주저앉아 있을 시간도 없다. SK 야수진의 미래인 김창평(20)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섰다.

김창평에게 13일 잠실 LG전은 잊고 싶은 경기였을 것이다. 이날 선발 8번 2루수로 출전한 김창평은 0-2로 뒤진 2회 2사 만루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김현수의 2루 땅볼을 한 번에 잡아내지 못해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바운드가 얼굴 높이로 튀었는데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튀었다. 

최소한의 실점으로 이닝이 끝날 수 있었지만, 이 실책으로 이닝이 이어진 결과 SK는 2회에만 8실점하고 사실상 백기를 내걸었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9점 차로 벌어졌고, 이미 분위기부터가 따라갈 흐름이 아니었다. 당황한 김창평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타격에서는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분전하기는 했으나 한 번의 실책이 너무 컸다. 이제 2년 차, 1군 통산 25번째 경기를 맞이하는 선수에게는 가혹한 기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거의 대다수의 선수들이 한 차례 이상을 겪는 시행착오다. 이를 이겨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갈린다. 전자라면 굳은살이 되겠지만, 후자라면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 SK가 김창평을 주전 2루수로 낙점하면서 공·수·주에서 완벽한 모습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다. 확실한 1군 선수도 아니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결정을 한 케이스다. 3할을 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방망이, 평균 이상의 주력은 분명 매력적이다. 부족한 수비는 1·2군에서 모두 강훈련을 시키며 공을 들였다. 이날 실책의 파급력이 컸을 뿐, 일정 개수의 실책은 이미 ‘세금’으로 계산을 끝냈을 SK다.

좋은 재질을 조금씩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7경기에서 무려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타격도 번뜩이는 날카로움이 있다. 스윙 궤적이 좋고, 몸쪽 코스를 파울 라인 안쪽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능력은 단순한 후천적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목 힘도 좋아 장타도 곧잘 나온다. 코칭스태프가 기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현재 SK의 내야에 김창평만큼 기대를 받는 젊은 선수는 없다고 봐도 된다. 

SK는 지난해 수많은 젊은 선수들이 2루 포지션에 위치했지만 확실히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올해는 김창평에게 그 기회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팀의 장기적인 센터라인 개편을 위해서는 김창평이 2루에 자리를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서다. 선수로서는 이런 과정도 담담하게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SK가 13일 경기에서 끝까지 김창평을 빼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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