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PN에서 KBO리그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칼 래비치(왼쪽)와 에두아르도 페레즈. ESPN이 한국 야구 중계를 시작하면서 댄 커츠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ESPN 중계 캡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사이트 서버가 다운됐어요."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이 KBO리그 중계를 시작한 지난 5일(이하 한국 시간). 한국 야구를 영어로 소개하는 웹사이트 'MyKBO.net'을 운영하는 댄 커츠(40)는 믿기지 않는 메시지를 받았다. TV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 중계가 나가는 동안 커츠의 사이트 방문자는 2만5000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개막전 접속사 수와 비교해 2700% 증가한 수치였다. 

커츠의 사이트는 한번에 접속자 50명이 몰려도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서버를 운영하고 있었다. 1000명만 몰려도 서버가 감당하기 힘들다. 웹사이트를 연 2003년부터 이 수준을 유지해도 괜찮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ESPN이 KBO리그 중계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커츠가 운영하는 KBO리그 기록 사이트 'mykbostats.com' 역시 서버가 다운됐다. 최근 다시 서버를 살렸지만, 눈에 띄게 사이트 속도가 느려졌다. 

ESPN 중계는 커츠의 삶도 완전히 바꿔놨다. 커츠는 KBO리그 개막 첫 주에만 20개 매체 인터뷰에 응했고, 5개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지난 6일에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 ESPN 중계에 화상 인터뷰로 참여하기도 했다. 

커츠는 13일 ESPN과 인터뷰에서 "서버가 다운되는 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다.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하고, 심지어 ESPN에 출연하는 것도 상상도 못 했다. 약 20년 전에 웹사이트를 만들었을 때 KBO리그가 ESPN에 중계가 돼서 내가 방송에 출연하는 상황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얼떨떨해했다. 

커츠는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4개월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열아홉 살이 된 해 한국 여행을 왔는데, 그때 처음 한국 야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1년 뒤 교환 학생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친구가 잠실야구장으로 초대해 두산 경기를 봤는데, 그때부터 한국 야구장의 분위기에 빠졌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해서 KBO리그 경기와 소식을 지켜봤고, 영어권에 있는 한국 야구팬을 위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점점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 지금 커츠의 SNS는 1만9000명이 팔로 하고 있다. 

"나는 그저 팬"이라고 강조한 커츠는 "나는 야구계 종사자가 아니다. 스카우트도 아니고, 리그나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20년 동안 그냥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야구팬이었다. KBO와 관련해 영어로 아주 약간의 정보를 전달했을 뿐인데,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야구 수준은 좋은 날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안 좋은 날은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커츠는 "메이저리그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장에서 나오는 음악과 응원 문화, 경기 분위기가 날 여기까지 이끌었다. 선수들은 배트를 던지는 등 그라운드에서 패기를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동시에 플레이를 진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웹사이트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지금은 미국 내에서 한국 야구를 향한 관심이 뜨겁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섣불리 서버를 늘리자니 비용도 많이 들고 반짝 관심으로 끝날 수도 있어 일단은 웹사이트가 느려진 상태로 두고 있다.

서버 고민을 할 시간도 부족하다. ESPN은 '우리와 1시간 동안 전화 인터뷰를 한 뒤 라디오 인터뷰 2개가 더 커츠를 기다리고 있다'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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