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는 2년 연속 공인구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2018년 KBO리그에서는 총 1756개의 홈런을 쏟아졌다. 그러나 2019년 같은 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1014개에 불과했다. 700개 넘게 줄어들었다.

중심에는 공인구가 있었다. 지나친 타고투저를 경계한 KBO는 분명 공인구에 뭔가의 조치를 취했다. 검사 결과 반발계수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는 “공이 확실히 나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타격을 입은 야수들은 물론, 득을 본 투수들도 이는 인정했다. 숫자 이상의 뭔가가 있었고, 이는 심리적인 효과까지 일으키며 극적인 홈런 개수의 저하로 이어졌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또 달라졌다. 14일까지 전체 42경기에서 나온 홈런 개수는 89개에 이른다. 경기당 2개가 넘는다. 지난해(1.41개)와 2018년(2.44개)의 사이에 있는데 일단 2018년과 조금 가깝다. 실제 체감적으로도 홈런 비율이 확 높아졌고, 비거리가 더 나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다만 공인구 1차 검사 결과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현장도 아직은 헷갈린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정근우(38·LG)는 투고타저 시기와 타고투저 시기를 모두 경험했다. 그런 정근우는 14일 잠실 SK전이 끝난 뒤 공인구 논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직은 특별히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비거리가 확실히 줄었다”고 이구동성 외쳤던 타자들 상당수의 반응도 비슷하다.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게 현재의 대체적 평가다. 

일단 기록을 보면 재밌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바 홈런의 시대는 홈런 비율과 인플레이타구 비율(BABIP)이 동시에 뛰는 경향이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홈런 비율은 지난해 1.82%에서 올해 2.74%로 껑충 뛰었다. 다만 BABIP는 지난해 0.310, 올해는 0.311로 사실상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BABIP가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홈런 비율이 극적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현상을 ‘공인구’로 설명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올해도 그럴 수 있다.  

다만 “타자들의 적응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근우도 그런 생각이다. 정근우는 지난해 투고타저를 겪으면서 타자들이 많은 변화를 꾀했다고 증언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하고,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는 등 장타를 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정근우는 “여전히 뒤에서 맞으면 안 나간다”고 했다. 이는 다른 타자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고, 실제 스프링캠프에서 각 구단별로 지겹게 쏟아져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류중일 LG 감독과 염경엽 SK 감독 또한 일단 선수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정근우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류 감독은 "기본적으로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면서 정타가 나올 때 홈런이 나온다"고 했다. 2018년처럼 '스쳐도 홈런'은 이제 어림 없다는 이야기다.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면 공의 변화를 끝까지 볼 수 없어 자연히 헛스윙 비율이 높아진다. 타자들로서는 하나의 모험이다. 실제 지난해 삼진 비율은 17.3%였는데 올해는 18.5%로 높아졌다. 전체적인 평균자책점이 높아지는 가운데 홈런과 삼진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시즌 마지막 결과를 봐야 겠지만, 타격 포인트 조정이 리그 전체의 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좁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올해는 너무나도 특별한 상황이라 기록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개막이 한 달 이상 늦어졌다. 투수나 타자나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개막 후 두 달 정도면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첫 한 달은 공인구 논란이 뜨거웠다. “검사 결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홈런이 기형적으로 줄었을까”였다. 다만 40~50경기가 지난 뒤로는 현장에서도 “확실히 공인구에 변화가 있다”는 인정의 목소리가 대세를 이뤘다. 코로나 여파 탓에 계산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올해도 두 달 정도면 대략적인 견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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