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최주환(왼쪽)이 14일 사직 롯데전 2회초 무사 2루 볼카운트 1B-2S에서 스윙을 하고 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는 배트에 공이 스치지 않았다며 헛스윙 삼진으로 판독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 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이 14일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감독 1호 퇴장. 이날 사직구장에서는 두산 최주환의 스윙과 포수의 원바운드 포구, 심판 판정과 비디오 판독 등에서 복잡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른 용어들과 야구규칙들을 풀이해 본다.

◆ 비디오 판독 요청 상황의 재구성

두산이 1회말 2점을 내줘 0-2로 뒤진 가운데 2회초 두산 공격. 선두타자 김재환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최주환이 볼카운트 1B-2S에서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의 4구째 떨어지는 공에 스윙을 했는데 오훈규 주심이 헛스윙 삼진으로 판정했다.

문제의 장면은 여기서 발생했다. 무관중 경기라 최주환이 스윙을 하는 순간 뭔가 “따닥” 하는 소리가 중계방송에 그대로 전달됐다. 주심이 포수 뒤에 있다 보니 포수의 원바운드 캐치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각도였다. 우선 이날 주심을 맡은 오훈규 심판위원은 삼진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최주환이 물러서지 않고 “방망이에 공이 맞았다”며 파울이라고 주장했다. 그 사이 오훈규 주심은 포수 정보근에게 “바운드?”라고 물었고, 정보근은 “노바운드, 노바운드”라고 대답했다. 다시 주심은 정보근이 보여주는 공을 보면서 “바운드 됐는데?”라고 물었고, 정보근은 “노바운드, 노바운드”라고 재차 대답했다.

이에 주심은 “(방망이에 공이) 맞은 건 맞는데…, 오케이(OK)”라며 오른팔을 위로 들어 삼진 제스처를 취했다. '파울팁'으로 보고 삼진으로 처리한 것이다.

올해부터 팬서비스 차원에서 중계방송사에서 심판에게도 마이크를 채우기로 하면서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발생하는 심판의 목소리가 그대로 팬들에게 전달됐다. 팬들로서는 현장의 생생한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동시에 이로 인해 '심판이 그 상황에서 왜 포수에게 바운드 여부를 물었는지'에 대한 논란을 낳는 기폭제가 됐다.

▲ 두산 김태형 감독 ⓒ한희재 기자
◆ 김태형 감독 비디오 판독 항의 퇴장에 대한 양측 주장

그러자 두산은 이에 대해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3분 동안 비디오 판독을 진행했는데 원심 그대로 삼진 아웃으로 결정됐다. 공이 배트에 스치면서 굴절된 것이 아니라, 아예 맞지 않고 헛스윙한 것으로 판독한 것이었다.

이때 두산 김태형 감독이 곧바로 벤치를 박차고 나와 심판진에게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했다. KBO 규정상 비디오 판독에 항의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퇴장을 당한다는 것은 김 감독도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김 감독은 심판들을 향해 “스쳤잖아, 방망이에. 소리 들었어, 못 들었어. 우린 다 들었어”라며 항의했다. 결국 공이 바운드된 뒤 정보근에게 잡혔는지, 바운드되지 않고 잡혔는지에 따라 파울(타자 생환)이냐 파울팁(타자 아웃)이냐가 결정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경기 도중 두산 홍보팀에서 취재진에게 알려온 내용은 “벤치에서 파울 소리를 들었다. 심판이 상대 포수에게 원바운드냐 아니냐고 확인을 했다. 파울이라는 가정 하에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심판이 스윙이라고 판독 결과를 말했다. 그 부분을 어필했다. 우리는 원 바운드냐 아니냐를 문제로 봤고, 비디오판독센터에서는 그에 앞서 헛스윙이라고 판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판진에 문의한 결과 “헛스윙 삼진으로 판단했다. 두산 측에서 ‘판독을 해달라’는 사인을 보낼 뿐이지, 파울팁이나 바운드에 대한 걸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한다”고 대답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이상 판정은 심판의 손을 떠나 비디오판독센터로 넘어가게 된다. 결론은 비디오판독센터에서 내린 최종 판정을 심판은 그대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 롯데 포수 정보근이 원바운드로 포구하고 있다. 공이 배트에 스쳤다면 파울, 스치지 않았다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되는 상황이었다. ⓒKBO비디오판독센터 화면 캡처
◆ 야구규칙상 ‘파울’ 또는 ‘K-낫아웃’ 두 갈래 길

야구규칙을 해석하려면 파울(Foul)파울팁(Foul tip)의 용어에 대해 구분해서 알 필요가 있다. 최근 기사나 일부 방송 중계 도중에도 파울을 파울팁으로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타자가 휘두른 배트에 공이 스친 뒤 포수가 잡기 전에 파울지역에서 바운드되면 ‘파울’이라고 한다. 2S 이전엔 스트라이크, 2S 이후엔 타자에게 같은 볼카운트에서 다시 공격권을 그대로 준다.

타자가 휘두른 배트에 살짝 스친 다음 포수의 손이나 미트에 정상적으로 포구된 공을 ‘파울팁’이라고 한다. 2S 이전엔 스트라이크, 2S 이후엔 타자 삼진아웃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헛스윙한 공이 원바운드가 됐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날 주자 상황으로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돼야 한다.

‘스트라이크아웃(K) 낫아웃’은 말 그대로 '삼진(스트라이크아웃)'이지만 '아웃이 아닌 상황(낫아웃)'을 일컫는다.

야구규칙 5.05(2)에 따르면 크게 3가지를 충족해야한다. ▶주자가 1루(1루, 1·2루, 1·3루, 만루 포함)에 없을 때, ▶주자가 1루에 있더라도 2아웃일 때, ▶포수가 제3 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투구를 잡지 못했을 때.

이날 2회초 두산은 선두타자 김재환이 2루타로 나가면서 무사 2루. 따라서 최주환이 2S 이후 헛스윙을 하고 포수 정보근이 원바운드로 잡았다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로 달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야구규칙 5.05(2) [원주]를 보면 ‘타자가 주자의 의무를 포기하고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에 가던 중 홈 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을 벗어나면 심판원은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만약 이날 최주환이 헛스윙을 한 뒤 1루로 뛰지 않고 벤치로 들어가거나 포수 정보근이 공을 잡은 손이나 미트로 최주환을 태그했다면 아웃이 되는 상황이었다.

가장 큰 쟁점은 공이 배트에 스쳤느냐 아니냐다. 배트에 스쳤다면 '파울'이냐 '파울팁'이냐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포수가 원바운드로 잡았으니 파울로 판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센터 해석처럼 배트에 공이 아예 스치지 않았다면 파울 또는 파울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노바운드로 잡았으면 삼진, 원바운드로 잡았으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되는 두 갈래길이었다. 화면으로 원바운드가 확실했기 때문에 만약 배트에 공이 스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성립되는 상황이었다.

▲ KBO 공인구 ⓒ한희재 기자
◆ 야구잡학=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은 맞는 말일까?

국내에서는 흔히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Strikeout not out)'을 대폭 줄여 '낫아웃'으로 사용하거나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있는데, 우리가 쓰는 정식 용어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다. '스트라이크아웃'은 '삼진'을 뜻하는데,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은 말그대로 '삼진이되 삼진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폴 딕슨의 야구용어 사전(Baseball Dictionary)에도 없는 말이다. 당연히 '낫아웃'이라는 단어도 없다.

미국에서는 '언코트 서드 스트라이크(Uncaught third strike)' 혹은 '드랍드 서드 스트라이크(Dropped third Strik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제3의 스트라이크(third Strike)를 포수가 잡지 못했다(uncaught)는 뜻이다. 야수든 포수든 최종적으로 포구를 해야 아웃이 완성된다. 'Uncaught third strike' 혹은 'Dropped third strike'는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 의미 전달도 어렵고 용어가 너무 길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은 일본식 조어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일본에서는 스트라이크 낫아웃 대신 '후리니게(振り逃げ)'라는 용어를 쓴다.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용어라는 점에서 보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은 과거 국내에서 누군가가 만들어 유통시킨,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용어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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