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의 세계' 마지막 회에서 등장한 회상신.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김원겸 기자]'부부의 세계'가 용서에 대한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주며 종영했다.

16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김희애와 박해준은 각자의 길을 가고, 가출했던 전진서가 1년만에 돌아오며 막을 내렸다.

지선우(김희애)는 전학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준영(전진서)을 위해 고산에 남기로 하고, 고예림(박선영)과 손제혁(김영민)의 재결합 축하 자리에 함께 하는 등 일상을 회복한 듯 보였다. 이준영도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윤노을(신수연)과 좋은 사이을 이어가고, 학원을 다시 나가겠다고 하는 등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선우와 이준영 주변을 맴돌던 이태오(박해준)는 이준영을 납치하듯 데려가고, '준영이 내가 데려갈게'라고 쓴 이태오의 메모를 발견한 지선우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두 사람이 있던 호수를 찾아갔다. 다행히 이준영이 무사한 걸 확인한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마지막으로 아들과 인사할 기회를 주겠다"며 셋이 식사를 한다.

▲ 16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 마지막 회. 방송화면 캡처
이태오는 식사 자리에서 지선우의 안부에 갑자기 눈물을 쏟은 뒤 “나도 당신 용서할테니까 당신도 나 용서하라”며 셋이 다시 함께 살자고 하고, 지선우는 기가 막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이준영은 그런 이태오의 모습을 보고 실망해 화장실로 가 혼자 오열한다.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계속 이럴거면 차라리 어디 가서 죽어버리든가”라며 “제발 준영이를 위해서 더 부끄럽게 살지 마”라고 말한다.

식당에서 나온 이태오는 이준영에게 “넌 아빠처럼 살지마. 니 곁에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널 제일 아껴주고 지켜주는 사람을 잊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거 명심하고”라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이준영은 복잡한 심정으로 아빠와 작별을 하고 차에 오르려던 순간, 달려오던 트럭에 이태오가 뛰어들자 ”아빠!“하고 절규한다. 놀란 지선우 역시 '내 심장을 난도질했던 가해자'이자 '내 남자, 내 남편'을 향해 달려가 이태오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둘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다.

▲ '부부의 세계' 마지막 회 장면들. 방송화면 캡처
이준영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핸드폰을 내던지고 떠나버린다. 이준영은 과거 지선우와 이태오가 밤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된 뒤, “사과한다고 용서가 돼?”라며 엄마 아빠에게 질문을 하며 부모의 애증을 이해하지 못했던 터. 밑바닥까지 보인 아빠를 다시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어렵게 작별을 하는 자리에서 차에 뛰어드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 대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 그가 살았다는 사실에 눈물 흘리며 껴안는 엄마를 용서하기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준영이 가출한 1년 뒤, 평생 손제혁을 의심할 것 같아 괴로워하던 고예림은 결국 홀로서기에 성공했고, 여다경(한소희) 역시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제혁은 그러나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산다. 

고예림은 지선우에게 “후회도 자책도 그만하면 충분해. 이제 그만 모든 걸 용서했기를 그 누구보다도 언니 자신을 말이야”라고 메일을 보냈다. 

▲ 16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 장면들. 방송화면 캡처
지선우는 이준영을 기다리며, '아무리 애를 써도 용서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걸 누군가를 단죄하는 것만큼이나 오만한 일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자신을 폭행할 때에도, 동네 여인들이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릴 때에도 즉각 나서 단죄했던 지선우는 아들이 사라져 버리자 이제 단죄보다 어려운,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선우는 '부부간의 일이란 결국 일방적인 가해자도, 완전무결한 피해자도 성립할 수 없는게 아닐까.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아프게 곱씹으면서 또한 내일을 견디다 보면 어쩌면 구원처럼 찾아와 줄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용서해도 되는 순간'이라고 곱씹었고, 그 순간 이준영이 돌아왔다.

’부부의 세계‘는 부부가 무엇인지, 결혼이 무엇인지 못지 않게 결국 한 인간의 실수는 누구의 몫인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용서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 '부부의 세계'를 이끈 김희애.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김원겸 기자 gyumm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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