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침체된 더그아웃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아마 10개 구단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빨리 일과를 시작했을 것이다. 전날 경기의 피로가 채 풀리지도 않았을 법한 오전 10시도 되지 않은 시점, SK 선수들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나와 묵묵히 방망이를 돌리고 있었다.

훈련을 돕기 위해 나온 코치들의 몇 마디에 선수들이 간혹 미소를 지을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두웠다. 모든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몸을 풀고 있었다. 8연패에 빠진 팀의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었다. 경기 전 야수 미팅에서도 선수들은 말이 많지 않았다. 이처럼 연패를 끊기 위한 비장한 얼굴과 함께 오후 2시를 맞이했지만, 리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날 SK 더그아웃에 환호가 나온 것은 개시 후 40분이 전부였다. 그 뒤로는 줄곧 침묵이었다.

또 한 번의 패배였다. SK는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 5-11로 졌다. 2회까지는 2-1로 앞서 있었지만, 3회 강진성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은 뒤로는 완전히 주저앉았다. 2-11로 뒤진 9회 3점을 뽑는 와중에도 이미 버스는 종점까지 간 뒤였다. 연패는 ‘9’까지 늘어났다. 2016년 9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9연패다.

1승10패.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즌 시작이다. 지난해 허무하게 시즌을 마치기는 했으나, 그들은 정규시즌 88승을 거둔 팀이었다. 누구도 그 성과를 부정하지 못한다. 물론 마운드에서 이탈 요소가 있고, 시즌 초반 부상자가 많이 나오기는 했으나 1승10패로 시즌을 시작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김광현 산체스, 이재원 고종욱 채태인의 이탈을 모두 합쳐도 1승10패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부인할지 몰라도, 밖에서 볼 때는 전형적인 ‘멘탈 붕괴’다. 경기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마운드, 타석, 수비에서 모두 그렇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려 가진 실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9연패를 하면서 이길 수 있었던 3~4경기를 모두 놓친 결정적인 이유다. 투타가 서로를 돕지 못했다. SK는 선취점을 뽑고도 1승4패를 했고, 10패 중 6번이 역전패였다. 지난해 144경기를 치르면서 당한 역전패는 단 19번이었다. 

어쩌면 이날 경기의 예상은 단지 선발 매치업(루친스키 vs 백승건)이 아닌, 경기 전과 경기 중 더그아웃 분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연장 접전을 연이어 승리하며 분위기기 최고조에 오른 NC 더그아웃과, 8연패 중인 SK 더그아웃은 완벽한 대조를 이뤘다. NC는 자신감이 있었던 반면, SK는 동료들이 패퇴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마다 로봇처럼 기계적인 위로의 박수만 치고 있었을 뿐이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갈수록 침체되어 간다.

아직 시즌은 133경기나 남았다. -10의 승패차를 줄이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그러나 이것을 마냥 위안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지금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10이 -20, -30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결국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승패 마진 -5보다 -10이 된 지금이 더 힘들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15, -20이 되면 더 어려워진다. 그때는 모든 리더십과 클럽하우스 문화가 흔들리게 되어 있다. 안 되는 팀의 전형적인 패턴을 우리는 익히 잘 안다.

선수들이 가진 ‘끼’는 재능과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이미 오프시즌은 끝났다. 전장에 투입된 지금 당장 나아지기는 어렵다. 한편으로 9연패를 당하는 동안, 선수들이 마냥 놀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 이리저리 ‘꾀’를 내봤을 터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조언도 듣고, 고치려고 하고, 먼저 나와서 훈련도 하고, 경기 끝나고 훈련도 해봤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거의 다 효과가 없었다. 주눅이 든 상황에서 몸은 자기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꾀’를 부리는 것보다 차라리 ‘깡’을 키우는 게 우선인 시기다. 지더라도 끈질기게 따라붙어야 하고, 지면 울분도 삼켜야 한다.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의 무기력한 패배가 내일 경기로 이어지는 현재의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연패 탈출을 위한 전제 조건이자, “그래도 오늘은 이기겠지”라는 심정으로 화면을 쳐다보는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타율은 금세 올라가지 않아도, 선수의 마음가짐은 금방 티가 난다.

2017년도 첫 6경기를 모두 졌다. 그러나 결국 반전하고 5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이대로 죽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던 덕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굶주렸고, 출전 기회 한 번에 목이 말라 있을 때였다. 그래서 선수들도 모르게 감정 표현이 더 솔직했다. 감독의 가슴팍을 치며, 동료들의 헬멧을 강타하며 하나로 뭉쳤다. 당시 전력보다 지금 전력이 못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 SK에 필요한 것, 그리고 코칭스태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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