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투수로 깜짝 변신한 롯데 포수 나종덕이 역투하는 장면. ⓒ롯데 자이언츠

‘투수 변신’ 롯데 포수 나종덕 인터뷰
“차근차근 기본기부터 다질게요”
친구 이승헌에겐 부상 쾌유 메시지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최근 롯데 자이언츠 2군에선 연일 뜻밖의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포수 나종덕(22)의 ‘투수 변신’ 이야기다.

포수 미트가 아닌 투수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를 밟고 있는 나종덕을 18일 전화로 만났다. 마스크를 쓸 때보다 더 핫해진 나종덕은 “지난해 부진으로 생겼던 잡생각을 버리고 새 포지션 적응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야말로 깜짝 성공이다. 나종덕은 16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4이닝 2안타 1볼넷 1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고루 구사한 가운데 직구 최고구속은 141㎞까지 나왔다. 특히 3회까지는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구단의 권유로 투수 실험을 하게 된 나종덕은 중학교(창원신월중) 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사실 나도 중학교 때까지는 투수를 봤다. 또래들 수준으로 공을 곧잘 던지는 수준은 됐다. 그런데 고등학교(마산용마고)로 올라가면서 팀 사정상 포수를 맡게 됐다. 그러면서 투수 포지션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고교 진학과 함께 포수 마스크를 낀 나종덕은 걸출한 유망주로 성장했다. 건장한 신체조건(신장 185㎝·체중 99㎏)과 함께 강한 어깨를 지닌 나종덕을 탐내는 구단들도 여럿 생겼다.

▲ 2016년 마산용마고 3학년 당시의 나종덕.
201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부산으로 향한 나종덕. 프로에서의 기회는 일찍 찾아왔다. 2018년 주전 안방마님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였다. 신예포수 치고 많은 106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고, 이듬해 역시 104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나종덕은 잦은 포구 실책과 판단 미스, 타격 부진으로 크나큰 비판을 받았다. 남모를 상처도 많이 생겼다.

이러한 아픔 때문일까. 이번 투수 변신은 나종덕의 마음까지 치유하고 있었다.

“투수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안았던 아픔과 이런저런 잡생각을 버리려고 하고 있다. 일단 새 포지션에만 집중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물론 포지션 변화는 쉽지 않다. 본인의 노력은 물론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나종덕은 “투수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체력 관리가 만만치 않다. 불펜이든 선발이든 이와 맞게 체력을 관리해야 하는데 아직은 노하우가 많지 않다”면서 “그래도 2군에서 이용훈 코치님과 임경완, 강영식 코치님께서 많이 지도해주시고 계신다. 또, 재활군에선 홍민구 코치님도 살펴주신다”고 말했다.

현재 나종덕은 포수와 투수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포지션을 함께 소화하다 보니 얻는 점은 두 배다. 타자와의 수싸움은 물론 경기 상황을 읽는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수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나종덕은 대신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갈 길이 먼 만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갈 계획이다.

“아직 구속을 끌어올려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투수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그저 기본기부터 충실히 닦아 나갈 생각이다. 모든 공을 만족할 만큼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한편 인터뷰 말미 나종덕은 전날 불의의 부상을 당한 친구 이승헌(22)에게 쾌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승헌은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강습타구를 맞아 쓰러졌고, 미세 두부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롯데 구단은 18일 이승헌이 위험한 상황을 넘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승헌 역시 구단을 통해 자신을 걱정해준 동료들과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서로 나이는 같지만 이승헌이 1년 유급을 하면서 마산용마고에서 1년 선배로 지냈던 나종덕은 “부상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빨리 완쾌하길 기도한다”고 친구의 쾌유를 빌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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