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인천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엠블럼(왼쪽). SK 선수단이 무관중 속에 인사하고 있다. 10패 선착까지 놓고 보면 2020년 SK는 개막 후 1승10패로, 1982년 삼미의 3승10패보다 저조하다. ⓒ곽혜미 기자, KBO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SK의 부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SK는 17일 인천 NC전을 패하면서 올 시즌 10패에 가장 먼저 도달한 팀이 됐다. 개막 이후 1승10패. 승률은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0.091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두산과 함께 최다승(88승1무55패)을 올린 SK가 2020시즌 10패 선착 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충격이다.

KBO리그 역사에서 승률 1할에 미치지 못한 10패 선착 팀 중에 가을야구까지 간 사례는 없었다. 과연 SK는 새로운 기적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역대 1할대 미만 승률 10패 선착 팀의 역사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뒤 올해 39년째다. 해마다 10승 선착 팀이 나오듯, 매년 10패 선착 팀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SK처럼 시즌 개막 후 10패를 당하기까지 1할대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팀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KBO 역사에서 1승10패(0.091) 혹은 0승10패(0.000) 팀을 모두 포함해 올해 SK는 역대 8번째 사례다.

<역대 10패 선착팀 승률 1할대 이하 사례>

①1985년=삼미(청보)/11G/1승10패(승률 0.091)→최종 6위(6팀)

②1986년=빙그레/11G/1승10패(승률 0.091)→최종 7위(7팀)

③1988년=태평양/11G/1승10패(승률 0.091)→최종 7위(7팀)

④2003년=롯데/10G/0승10패(승률 0.000)→최종 8위(8팀)

⑤2013년=한화/10G/0승10패(승률 0.000)→최종 9위(9팀)

⑥2015년=kt/10G/0승10패(승률 0.000)→최종 10위(10팀)

⑦2018년=롯데/11G/1승10패(승률 0.091)→최종 7위(10팀)

⑧2020년=SK/11G/1승10패(승률 0.091)→최종 ?위(10팀)

역대 리스트에서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왜 빠졌을까 궁금해 할 수도 있지만, 삼미는 원년에 10패에 가장 먼저 도달한 팀이기는 했지만 그 사이 3승은 챙겼다.

삼미는 1982년 역대 최저승률 0.188(15승65패)을 기록하면서 최약체의 대명사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원년 개막 초반엔 나름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3월 28일 역사적인 개막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삼성을 5-3으로 꺾더니 4경기 동안 2승2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후 5연패로 2승7패. 다시 1승 후 2연패를 당하며 KBO리그 역사상 가장 먼저 10패를 맛본 팀이 됐다. 특히 개막 13번째 경기인 4월 25일 춘천 OB전에서 8-0으로 앞서다 11-12로 충격의 대역전패를 당하면서 박현식 초대 감독은 13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삼미는 4월 27일 박현식 감독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이선덕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아시아의 철인’으로 칭송받던 박현식 감독은 표면적으로는 단장으로 영전(?)했지만 KBO리그 최초로 감독직에서 낙마하는 역사를 썼다. 해태 초대 사령탑 김동엽 감독도 코치들과 불화로 13경기 만에 총감독으로 물러났지만, 날짜로는 4월 30일. 박현식 감독에 이어 KBO리그 역대 2호 퇴진 감독이 됐다.

개막 이후 10패에 도달하기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올해 SK는 원년 삼미보다 저조한 출발인 셈이다.

▲ 삼미 슈퍼스타즈는 마지막 해인 1985년 개막전 승리 후 무려 18연패를 당했다. 4월 30일 인천 MBC전에서 4-0으로 승리하며 18연패에서 탈출하자 삼미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KBO
KBO리그 역사에서 1할대 미만 승률로 10패에 선착한 최초의 팀은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감독 김진영)다. 그해 3월 30일 부산 구덕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기분 좋은 5-1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튿날인 3월 31일 롯데에 패한 뒤 4월 29일 인천 롯데전까지 무려 18연패에 빠졌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KBO리그 역대 팀 최다 연패 기록이다.

삼미는 한 달 만인 4월 30일 MBC 청룡을 4-0으로 꺾고 가까스로 연패를 탈출했다. 그날 밤 삼미는 풍한그룹의 청보식품에 매각됐다. 전기리그까지는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간판을 달고 뛰면서 15승40패(승률 0.273)로 꼴찌. 후기리그부터 청보 핀토스로 구단명이 바뀌었지만 그해 전체 승률 역시 39승1무70패(승률 0.358)로 6개 구단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어 1986년 빙그레 이글스(배성서 감독)가 역대 2호로 개막 후 1승10패의 역사를 썼다. 빙그레는 당시 제7구단으로 창단한 신생팀이어서 전력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1988년 태평양 돌핀스(강태정 감독). 개막하자마자 7연패부터 시작한 뒤 역대 세 번째로 개막 1승10패 팀이 됐다. 청보를 인수한 태평양의 첫 시즌이었다. 올해 SK는 1985년 삼미와 1988년 태평양에 이어 인천팀으로선 역대 3번째 개막 1승10패 팀이 됐다. 

1990년대에는 개막 후 1할대 미만 승률로 10패에 선착한 사례가 없었다.

그리고 2003년 롯데 자이언츠(감독 백인천)가 역사를 이어갔다. 롯데는 당시 사상 최초로 개막전(4월 5일 수원 현대전) 패배 후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0연패부터 당한 팀이 됐다. 여기에 4월 19일 대전 한화 더블헤더 제2경기까지 패하면서 무려 12연패. 1987년 청보의 개막 7연패를 훌쩍 뛰어넘어 당시 개막 이후 최다 연패 신기록을 썼다.

2013년 한화 이글스는 개막 후 승리 없이 속절없이 13연패(3월 30일 사직 롯데전~4월 14일 대전 LG전)를 당하면서 10년 전 롯데 기록을 갈아치웠다. KBO리그 역대 감독 최다승(1554승)과 최다 우승(10회)을 기록하고 있던 천하의 명장 김응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터여서 충격은 더 컸다. 이는 현재까지 KBO리그 개막 최다 연패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15년 kt 위즈(감독 조범현)도 개막 후 11연패(3월 28일 사직 롯데전~4월 10일 목동 넥센전)부터 당하는 아픔을 맛봤다. KBO리그 제10구단으로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던 신생팀 kt는 1군 진입 첫해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2018년에는 롯데(조원우)가 개막 11경기에서 1승10패를 기록한 바 있고, 올해 SK(염경엽 감독)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 롯데는 2018년 역대 1할대 승률 미만 10패 선착팀으로는 최초로 탈꼴찌에 성공했다. 시즌 막판에 5강 싸움을 벌이는 뒷심을 발휘했다. ⓒ한희재 기자
◆역대 사례로 본 SK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0%

시즌 10패에 선착하고도 기적적으로 우승한 사례는 있다. 1990년 LG, 1996년 해태가 보기 드문 역사를 썼다. 그러나 당시 10패에 가장 먼저 도달한 시점에 각각 8승과 6승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올 시즌 SK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개막 후 1할대 미만 승률로 10패에 선착한 7차례 사례 중 6차례(85.7%)는 시즌 꼴찌로 이어졌다. 그만큼 시즌 초반 레이스에서 크게 뒤처지면서 이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탈꼴찌에 성공한 사례도 없지는 않다. 딱 한 번, 2018년 롯데였다. 당시 롯데는 개막 후 7연패로 시작한 뒤 1승을 거뒀지만 다시 3연패에 빠졌다. 10패에 선착할 시점만 해도 희망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며 결국 시즌 68승2무74패로 최종 순위 7위로 마감했다. 5위로 가을야구를 간 KIA(70승74패)에 불과 1경기차 뒤졌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면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률로 10패에 선착한 팀은 꼴찌를 면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 SK 염경엽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착잡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 10패 선착까지 1할 미만 승률을 기록한 팀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SK는 최초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곽혜미 기자
과연 SK는 올 시즌 최종 순위에서 어떤 좌표를 찍을까. 역대 사례로 보면 이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지만, SK 전력상 계기만 잡는다면 또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와 달리 144경기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에 변수는 많다. 우선은 연패 탈출과 탈꼴찌가 급선무다. 그리고 역대 누구도 해내지 못한, 가을야구 진출 0% 가능성의 벽을 깰지도 궁금하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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