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상호(왼쪽)가 2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박세혁의 헬멧을 툭 치며 축하해주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분명 내가 부족한 점이 있다."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0)은 지난해 성공적인 풀타임 첫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FA로 이적한 양의지(33, NC 다이노스)의 공백 우려를 지우며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시즌 MVP로 박세혁을 뽑으며 "아픈 내색 없이 묵묵히 안방을 지켜줘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 시즌은 조금 힘겹게 시작하고 있다. 21일 현재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5.64로 리그 9위다. 불펜은 지난주 평균자책점이 9점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흔들렸는데, 이들을 리드한 박세혁도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최근 베테랑 포수 정상호(38)를 선발로 내보내는 경기를 늘리며 변화를 꾀했다. 김 감독은 "(정)상호랑 선발투수들의 호흡을 보고 싶어서 기용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지만, 박세혁에게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변화였다.

정상호는 20일 잠실 NC전에 선발 출전해 1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는 리드로 연장 11회 2-1 끝내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8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고, 9회부터는 이현승-윤명준-함덕주가 1이닝씩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던 박세혁은 공 하나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 11회말 1사 1, 2루에 대타로 나서 바뀐 투수 강윤구의 초구를 공략해 우익선상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는 한 방이었다. 

박세혁은 경기 뒤 "정상호 선배는 프로 경력도 나보다 훨씬 많고, 리드 능력도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오늘(20일) 경기에서 플렉센이 잘 던졌지만, 상호 형 리드가 없었으면 이런 경기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많이 배웠고, 늘 상호 형에게 많이 배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나는 이제 주전 2년째다. 지난해보다 잘해야 하는 것도 맞고, 팬분들 눈높이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면 당연히 팀 승리를 위해 (내가 아닌) 누구라도 나가서 이기는 게 맞다"고 덧붙이며 현재 본인의 상황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박세혁에게 "항상 포수는 똑같은 투수랑 호흡을 맞춰도 상대 팀에 따라, 상대 타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 다르게 리드해야 한다. 타자가 못 치는 코스를 공략한다고 해도 그 코스에 공을 던지는 투수에 따라서 또 다르다. 못 치는 코스라도 어떤 투수의 공은 쳐내는 그런 상대성이 있다. 일단 맞더라도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느냐 피해가느냐 이 판단을 빠르게 해야 한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조언을 남겼다. 

박세혁은 이와 관련해 "감독님 말씀이 맞다. 내가 더 자신 있어야 한다. 홈플레이트 뒤에서는 정말 팀을 이끌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전으로 도약하기 전까지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보고 배웠던 것처럼, 이번에는 정상호를 보고 배우려 한다. 박세혁은 정상호가 두산에 합류했을 때부터 늘 먼저 다가가서 궁금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물어봤고, 정상호는 적절한 조언을 해줬다. 

박세혁은 "상호 형은 너를 믿고 리드하라고, 네가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신다. 자신 있게 하고, 안 되더라도 밝게 파이팅하려 한다. 그런 게 공부가 되고, 상호 형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는 큰 힘이 된다"며 계속해서 부족한 것들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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