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 복귀를 추진하는 강정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33)의 복귀를 놓고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강정호는 20일 오후 KBO에 임의탈퇴 해제를 위한 복귀 신청서를 제출해 공식적으로 KBO리그 복귀 절차를 밟았다. 현재 히어로즈에서 임의탈퇴 신분인 강정호가 복귀를 희망함에 따라 KBO는 다음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의 2016년 음주운전 뺑소니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당초 강정호는 KBO에 복귀 절차에 대해 질문만 했을 뿐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KBO 규약 상 임의탈퇴를 해제하는 주체를 명시해 두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구단이 KBO에 신청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임의탈퇴는 구단과 선수의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이다. 구단은 선수와 계약을 끊는 대신 보유권을 가진다.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임의탈퇴 처리됐다. KBO 복귀 시에는 임의탈퇴를 해지한 뒤 원 소속구단에 돌아와야 한다.

임의탈퇴는 한동안 사고나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징계하는 수단으로 구단들이 사용하기도 했지만, 악용하거나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KBO 차원에서 각 구단에 선수 징계 수단은 자격정지나 방출 등 다른 방향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의탈퇴는 선수가 자발적으로 은퇴 의사를 밝히거나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가 없을 때 선수가 구단에 요청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KBO 규약 8장 65조에 따르면 "임의탈퇴 선수 및 유기 또는 무기한의 실격 선수가 KBO에 복귀하려는 경우에는 복귀신청서를 총재에게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있을 뿐 복귀신청서를 제출할 주체가 한정돼 있지 않다.

강정호 측은 이를 이용해 선수가 직접 KBO에 복귀신청서를 제출했다. KBO 역시 구단이 꼭 제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 문제는 키움 구단이 그동안 강정호와 복귀에 대한 교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KBO가 만약 강정호에게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를 내리고 그 징계가 끝난다면, 키움은 임의탈퇴에서 해제된 강정호를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줘야 한다.

만약 키움이 야구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강정호의 앞길을 막게 돼 비판을 받는다면 구단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무작정 KBO에 먼저 징계를 신청하고 자신이 돌아갈 구단에는 말 한마디 없는 강정호가 괘씸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KBO가 먼저 징계를 내려주면 자신은 언제든 키움에 입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규약상 문제가 사라진 만큼 이제 관건은 KBO 상벌위원회의 징계 수준이다. KBO가 현재 규정인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강정호에게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면 강정호의 KBO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그러나 KBO가 1년 미만의 징계를 결정한다면 강정호는 자신의 복귀 시계를 맞춰볼 수 있다. 

키움은 강정호가 복귀할 수 있다면 3가지 선택지가 있다. 강정호와 계약을 맺고 그의 징계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선수로 기용하는 것, 강정호와 계약을 맺은 뒤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것, 나머지 하나는 자유계약선수로 풀어 무상으로 다른 팀으로 가게 하는 것이다.

다만 선수에 대한 용서 의지가 없는 키움이 갑자기 고민을 하게 만든 KBO의 애매한 규약과 선수의 '눈치싸움'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여지가 있다. 임의탈퇴를 처리할 때도 구단과 선수가 합의 하에 KBO에 신청하듯, 임의탈퇴 해제 절차도 양자간에 합의부터 먼저 한 뒤에 KBO에 복귀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이 이치에도 맞아 보인다. 구단은 전혀 임의탈퇴 해제를 고려하지 않는데 선수가 몰래 KBO에 복귀 신청을 하는 것이나, 선수는 구단 복귀 의사가 없는데 선수의 뜻과 상관 없이 구단이 일방적으로 KBO에 임의탈퇴 해제 신청을 하는 것도 우스운 모양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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