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부진한 SK 불펜에서 분전하고 있는 좌완 김정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뚜렷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고마운데, 기록까지 나무랄 것 없이 예쁘다. 흔들리는 SK 마운드에 김정빈(26)이라는 위안이 등장했다. SK 마운드의 정상화에 힘을 보탤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반적인 투타 밸런스 붕괴 속에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지만, 김정빈은 그와 별개로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21일까지 총 7경기에 등판, 7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0.15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0.68에 불과하다. 반대로 7⅓이닝에서 삼진은 10개나 잡았다.

어린 시절부터 가능성은 인정을 받던 선수였다. 선발과 중간 모두에서 활용이 가능한 좌완으로 뽑혔다. 2~3년 전부터는 구단에서도 주목하는 A급 유망주로 떠올랐다. 130㎞대 후반이었던 평균구속이 140㎞대 중반까지 올라오면서 경쟁력이 강해졌다. 무엇보다 1군에서도 정상급 위력을 가진 체인지업을 가진 선수였다. 평균구속이 올라오면서 “제구만 잡히면 된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것을 빨리 충족시켰다.

실제 스트레이트 볼넷, 연속 볼넷을 자주 허용하는 등 제구에 항상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러나 SK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지난해 캔버라 유망주캠프 당시부터 김정빈의 장점을 밀어주려고 애썼다. 지금까지는 단점인 제구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오히려 장점까지 빛이 바랜다는 평가였다. 김정빈도 생각을 바꿔 먹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붙고, 제구도 안정되는 효과까지 덩달아 얻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한 김정빈은 스프링캠프에서 팀 좌완 불펜진을 이룰 선수로 염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또 하나의 좌완 축이었던 김택형이 무너진 가운데 이제는 팀 내 좌완 셋업맨으로 승격됐다. 부담이 생길 법도 하지만 7경기 모두 삼진을 잡아냈을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로 성공 발판을 만들고 있다.

김정빈의 최고 장점은 14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르고 힘이 있는 포심패스트볼이다. 포심패스트볼 비중이 75%에 이르는 상황이지만 좀처럼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힘이 있다. 여기에 확실한 체인지업을 갖춰 우타자에게도 약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K행진'의 비결이다. 좌타자를 상대로 연마한 슬라이더 또한 조금씩 손에 익는다. 선발로도 뛴 경험이 있고 멀티이닝 소화도 가능한, 아직 더 보여줄 게 많은 선수다.

김정빈의 분전은 SK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SK는 현재 올해 팀 불펜의 중심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던 선수들이 죄다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심지어 2군에 내려간 선수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시즌은 길다. 이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누군가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군 복무까지 마친 김정빈이 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장기적인 관리까지 이뤄진다면, SK 불펜 세대교체의 기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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