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경기 후 관중석에 인사하는 한화 이글스 선수단.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돈 주고 야구장 갔으면 짜증날 뻔했어요".

지난 5일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고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로 가던 길. 택시기사는 기자에게 "지금 무관중 아니냐"고 물은 뒤 "하긴 야구를 못하는데 관중이 가고 싶겠나", "돈 주고 야구장 갔으면 짜증날 뻔했다", "그렇게 야구 못하는 건 처음 본 것 같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단순히 한 명의 팬심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최근 한화의 야구는 팬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는커녕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3일 창원 NC전부터 이달 6일 대전 NC전까지 장장 13연패에 빠져 있다. 구단 창단 후 단일 시즌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13연패라는 긴 시간 동안 보여준 경기도 너무 무기력해 응원해야 할 이유마저 잃게 하고 있다.

한화는 13연패 동안 팀 평균자책점이 8.04(10위)로 같은 기간 1위 LG(3.92)에 비해 2배 넘게 높다. 한 경기에 평균 8점을 주니 웬만해서 이기기 어렵다. 그런데 연패 기간 팀 타율도 0.210으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총 팀 득점은 34점으로 경기당 2.62점에 그쳤다. 투타 밸런스가 너무나도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

투수들을 받쳐줘야 하는 수비도 실책 17개(최다 1위)로 1경기 당 1개가 넘었다. 반면 공격 맥을 끊는 병살타 역시 16개(최다 1위)에 이른다. 득점권 타율은 0.179로 평소 팀 타율보다 더 떨어진다. 대타 타율은 15타수 2안타(0.133), 불펜 평균자책점은 7.83. 후반부 경기 흐름을 바꿀 '게임 체인저'가 마땅치 않은 것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2013시즌 13연패 때도 팀 평균자책점 6.95(10위), 팀 타율 0.239(8위)로 전체적인 부진에 허덕였다. 그때만큼 답답한 경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에는 두자릿수 실점이 2경기에 불과했다면 최근 연패 때는 두자릿수 실점이 5번으로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넘기는 경기가 많아졌다. 

여기에 6일에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1군 코칭스태프 4명이 성적 부진에 따른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경기 직전 말소된 채 귀가조치됐는데 이들을 대신할 코칭스태프가 등록되지 않아 경기 중 1군 코칭스태프가 감독 포함 5명에 불과했다. 아마추어 대회 코치 등록수와 비슷한 코치진이 1군 프로무대에서 경기를 치른 것. 한화는 경기 후 7일부터 동행할 새 1군 코칭스태프를 발표했지만, 이미 이날 경기로 한화 구단과 감독의 분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알려지며 팬들을 화나게 했다.

물론 가장 힘든 것은 패배 성적표를 매일 받아들고 있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이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구단 직원들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해봐도 패배로 다가오는 결과 앞에 스스로 좌절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의 길을 택했다면 팬들에게 최소한 근거 있는 결과를 보여야 한다. 한화가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하루 빨리 되찾는 것이 떠나려는 팬들의 발길을 붙잡는 방법이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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