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최악의 10연패를 거친 SK는 시즌을 장기적으로 계산하는 코칭스태프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일반적인 정상적인 리그는 모든 팀들의 승률이 0.333에서 0.666 사이에 있다. 3경기를 하면 1경기는 이긴다는 이야기다. 그런 리그에서 10연패는 단순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말 그대로 팀이 뭔가에 홀리지 않고서야 가기가 쉽지 않은 불명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88승을 했던 팀이라면 더 그렇다.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낸 SK는 이제 팀을 둘러싸고 있던 악몽에서는 깨어났다. 시즌 첫 12경기를 1승11패로 시작한 SK는 5월 20일 고척 키움전에서 10연패 사슬을 끊었다. 그 뒤로는 비교적 정상적인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5월 20일부터 6월 7일까지 17경기에서는 9승8패를 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7승3패다. 최근 10경기만 따지면 리그에서 가장 좋은 수준이다.

그러나 악몽 같은 시기에 남긴 성적이 꿈에서 깬 것처럼 지워지지는 않는다. 7일 인천 삼성전에서 패하면서 시즌 10승19패(.345)에 머물고 있다. 초반 성적을 생각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법도 하지만, SK가 순위표의 밑바닥에 있다는 점, 그리고 중위권 도약을 위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지난 10경기에서도 이길 경기는 이기고, 질 경기는 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직 팀이 타오른다는 증거는 없다. 짜임새가 완벽하지 않다.

부상자가 많다.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닉 킹엄은 올해 딱 두 번 등판했다. 주전 포수 이재원은 3경기만 뛰고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다. 주전 선수였던 고종욱 한동민 김창평, 대타 카드였던 채태인도 현재 재활 중이다. 모든 선수들이 모이는 시점은 빨라야 7월 초다. 물론 그 사이 추가 부상자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SK가 6월 목표를 ‘버티기’로 잡은 이유다.

그러다보니 6월에는 다소 힘들어 보이는 불펜 운영도 했고, 벤치의 직접적인 개입도 많았다. 일단은 연패의 분위기를 끊고, 팀 사이클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음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최근 10경기 성적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 그래서 SK의 2020년 시즌은 지금 이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 정규시즌 144번째 마지막 경기를 바라보고 아주 정밀한 계획을 짜야 한다.

시즌 구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려 노력했고, 예비 자원을 확보하려 뛰었다. 선수들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현재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새로운 얼굴들의 면면은 SK의 노력이 마냥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10연패라는 최악의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은 115경기는 더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봐야 한다.

▲ 시즌 첫 29경기를 -9의 승패마진으로 시작한 SK는 염경엽 감독의 수 계산이 중요해졌다 ⓒ곽혜미 기자
현재 SK의 승패 마진은 -9다. 현재 순위와 흐름상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려면 5할에서 그보다는 조금 더 높은 승률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당장 -9를 만회하려고 무리하면 결국은 시즌 중·후반에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이미 지금도 연패 악몽에서 완벽히 탈출하기 위해 타 팀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쓴 SK다. 코칭스태프는 현재 가지고 있는 힘, 앞으로 써야 할 힘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반 계산이 틀렸다면, 이것을 다시 현실에 맞춰 계산하고 수정하는 것도 능력이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 그리고 SK의 시즌 명운을 쥔 것은 염경엽 감독의 계산 능력이다. 염경엽 감독은 분명 능력이 검증된 지도자다. 정규시즌 400승 이상을 거둔 감독 중 그보다 더 좋은 승률을 기록한 감독은 몇 없다. 시즌 수 계산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내리는 인사들도 이 부분만은 공히 인정할 정도다.

다행인 것은 아직 그가 시즌 전반을 바라보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6월까지 승패마진을 지금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목표가 아닌가”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현재 팀 상황과 앞으로 많이 남아있는 시즌을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6월 목표는 버티기가 되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전력이 모이는 7월부터 차근차근 마이너스를 줄여간다면, 마지막 15경기에서는 승부가 가능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전력을 무리하게 가동하지 않으면서, 5할에 조금씩 다가서야 한다. 그 계산대로 진행하면서 마지막에 승부를 걸 시점까지 잡아야 한다. 또 한 번의 긴 연패는 그 자체가 시즌 포기로 이어진다. 실제 KBO리그 역사상 1승10패로 시작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간 적은 없다. 1군에서 400승 이상을 한 염 감독 경력, 근래 들어 하위권에 처져 본 적이 없는 구단 경력에서도 최고 난이도의 도전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인내는 필수고,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 저조한 성적 속에서도 팀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하나의 성과다 ⓒ곽혜미 기자
팀 전력을 더 안정적으로 다져야 하고, 심혈을 기울여 계산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예년보다 빡빡하게 진행되는 올 시즌이라면 더 그렇다. 초반 많이 던진 필승조들의 이닝을 144경기 종료 시점에서는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산해야 하고, 염 감독 스스로 인정하듯 타선도 지금보다는 더 고정이 되어야 한다. 상대에 읽히는 작전 타이밍도 한 번쯤은 가다듬을 때가 됐다. 선수는 물론 벤치도 급해보여서는 안 된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 실패는 SK 구단 모두의 실패였다. 염 감독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생각만큼 안 됐다. 선수들은 변명 없이 최선을 다했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고 인정한다. 올 시즌 초반도 결과적으로는 계산에 없던 상황이 연출됐다. 변명의 여지 없는 감독과 프런트의 큰 실패였고, 잘못은 잘못이었다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것도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올해 성적만큼 중요한 과제였던 육성 과정도 마찬가지다. 매일 지는 꼴찌팀에 육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10연패 기간 동안 충분히 확인했다. SK가 올해 성적을 너무 빨리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코칭스태프는 어린 선수들을 이기는 흐름에 적절히 기용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시즌 전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올해 성적은 물론 내년 전망까지 같이 남는다. 

상황이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재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 시련을 겪으며 선수단 분위기는 더 단단해졌다. 선수들은 감독에게 미안해하고,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더 자주 웃기 시작했다. 트레이드에서 보듯 프런트도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부상자는 타 팀도 마찬가지고, 전반적인 시즌 운영에 큰 핑계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오차가 큰 실수는 더 용납되지 않는다. 이 살얼음판에서 SK가 한발씩 전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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