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 활력소가 되고 있는 SK 최지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발이 조금만 더 빨랐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1군인데…”

염경엽 SK 감독은 지난 플로리다 캠프 당시 최지훈(23)의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염 감독은 “기대 이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수비는 정말 좋다. 어깨도 좋고 수비 범위도 넓다. 당장 중견수로 투입해도 된다. 타격도 맞히는 재주가 있다”면서 “캠프에 데려오기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자리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기뻐하면서도, 아까워한 선수였다. 

SK는 한동민 고종욱 노수광 정의윤 김강민까지 5명의 외야수는 사실상 개막 엔트리 승선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정진기 오준혁 최지훈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대주자로 한 자리를 채운다면 채현우 김재현이 대기했다. 이 때문에 염 감독은 최지훈은 조금 더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쓰길 바랐다. 외야수가 없는 상황도 아닌데 시작부터 실패를 맛보면 안 된다고 봤다. 1군 경험이 있는 선수들보다 그 여파가 더 오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이 미뤄진 것도 아쉬웠다. 타격감이 한창 좋다가 갈수록 조금씩 떨어졌다. 일단 정진기에게 먼저 기회를 주기로 한 배경이다. 하지만 개막 시리즈 후 2군에 내려 보내면서 단단한 지시를 내렸다. 무조건 1번 타자로 기용하면서 최대한 타격 기회를 많이 주라고 강조했다. 어차피 올 시즌 내에 언젠간 쓰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그런데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왔다. 고종욱 한동민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최지훈의 차례가 왔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8경기에서 타율 0.417, 3도루였다. 스스로 올라갈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최지훈의 리포트를 매일 살피던 염 감독도 확신을 얻었다. 최지훈을 1군에 올리면서 “올해 키워야 할 자원”이라고 정의했다. 스스로 “1군에서는 근성 외에 자랑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한 최지훈도 근성 이상의 실력으로 기회를 움켜쥐었다. 

올 시즌 1군 13경기에서 타율 0.395의 맹활약이다. 출루율은 0.452, 장타율도 0.526으로 수준급이다. 물론 이 성적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설사 슬럼프가 와서 잠시 2군에 다시 가더라도 1군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제 염 감독은 “앞으로 꾸준히 쓰겠다”(7일 인천 삼성전)로 약속의 폭을 넓혔다. 

수비는 이미 인정을 받았고, 주루도 괜찮다는 평가였다. 마지막 관건이 타격이었는데 1군에서도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에 대처하고 있다. 때로는 콘택트에 집중한 코스 좋은 안타, 때로는 외야로 날카롭게 날아가는 타구를 모두 날린다. 상황에 따라 방망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신인답지 않다. SK의 신인 야수가 이렇게 초반부터 달려 나가는 것도 오래간만이다. 리그 전체 신인 야수를 놓고 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기세가 중반까지 이어지면 신인왕 레이스다.

최지훈 하나만의 활약이 아닌, 팀 외야 판도에 전체에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최지훈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수비에서는 김강민 다음이다. 고종욱 노수광 정진기와 비교해 발도 밀리지 않는다. SK는 고종욱 한동민이 6월 말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밀려나지 않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됐다. 건전한 육성이란 이런 판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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