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호, 강병철, 김성근, 이만수(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화이글스, KBO, 한희재, 곽혜미 기자
■KBO 감독대행의 역사 탐구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한화 8일 사퇴한 한용덕 감독 후임으로 최원호 감독대행을 선임해 2020시즌 잔여경기를 치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루 앞선 7일 한용덕 감독이 30경기에서 7승23패(승률 0.233)의 성적으로 물러나자, 한화는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1군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켰다. 최 감독대행은 9일 사직 롯데전부터 독수리 군단을 지휘하게 된다. 그는 과연 구단 역사상 최다 14연패의 무기력에 빠진 독수리 군단을 깨울 수 있을까.

◆100G 이상 역대 4번째…최원호 감독대행 역대 최다경기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올 시즌 끝까지 완주한다면 무려 114경기나 지휘하게 된다. KBO 역사상 단일시즌 감독대행 최다경기 신기록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감독대행 신분으로 이렇게 많은 경기를 지휘한 사람은 KBO리그 역사에 없었다. 한화나 최원호 감독대행이나 KBO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올 시즌이다.

▶KBO 역대 감독대행 최다경기 지휘 순위

①102경기=1995년 쌍방울 김우열 감독대행=36승63패3무(승률 0.368)/전임 한동화 감독=9승15패(승률 0.375)

②101경기=2017년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43승56패2무(승률 0.434)/전임 김성근 감독=18승25패(승률 0.419)

③100경기=2019년 KIA 박흥식 감독대행=49승50패1무(승률 0.495)/전임 김기태 감독=13승30패1무(승률 0.302)

④98경기=2001년 LG 김성근 감독대행=49승42패7무(승률 0.538)/전임 이광은 감독=9승25패1무(승률 0.265)

※2020년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 잔여 114경기?/전임 한용덕 감독=7승23패(승률 0.233)

▲ OB 시절 홈런 타자 김우열. 그는 쌍방울 코치 시절이던 1995년 감독대행 신분으로 역대 최다경기인 102경기를 지휘했다. 그러나 올해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시즌 종료까지 114경기를 지휘할 예정이어서 김우열 감독의 기록은 역사 속으로 밀려날 듯하다. ⓒKBO
종전 감독대행 최다 경기 지휘는 1995년 쌍방울 김우열 감독대행의 102경기였다. 그해 쌍방울 사령탑은 한동화 감독. 1994년 감독에 올라 최하위(7위)를 기록한 뒤 1995년에도 성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5월 들어 10연패에 빠지는 등 꼴찌로 추락하자 쌍방울은 감독은 물론 사장과 단장까지 한꺼번에 교체하는 보기 드문 극약처방을 내렸다. 한동화 감독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우열 감독대행은 잔여 102경기에서 36승63패3무(승률 0.368)로 팀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쌍방울은 시즌 후 김성근 해태 2군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올해 최원호 감독대행이 시즌 끝까지 감독대행으로 한화를 지휘한다면 김우열 감독대행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뒤를 이어 2017년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이 101경기를 소화해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김우열 감독대행보다 단 1경기 적었다. 2015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이 3년째인 2017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5월 22일 18승25패(승률 0.419)의 성적표로 물러나면서 이글스 레전드 출신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나머지 시즌을 치러야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101경기에서 43승56패2무(승률 0.434)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는 2018년 감독으로 또 다른 레전드 한용덕 감독을 선택했다.

역대 3위는 지난해 100경기를 치른 KIA 박흥식 감독대행. 김기태 감독이 13승30패1무(승률 0.302)로 최하위에 빠진 상태에서 중도 사퇴하자 KIA는 박흥식 퓨처스 감독을 불러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했다. 박 감독대행은 서두르지 않고 육성 기조 속에 100경기에서 49승50패1무(승률 495)의 성적을 올리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KIA는 시즌 후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출신의 외국인 감독 맷 윌리엄스를 새 사령탑으로 선택했고, 박흥식 감독대행은 본연의 자리인 퓨처스 감독으로 다시 돌아갔다.

뒤를 이어 2001년 LG 김성근 감독대행의 98경기. 당시 LG 이광은 감독이 시즌 초반 9승25패1무로 최하위의 나락으로 떨어지자 5월 16일부터 김성근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성근 감독대행은 49승42패7무(승률 0.538)의 호성적을 올리면서 시즌 후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원년부터 시작된 감독대행의 역사…1호는 삼미 이선덕

KBO리그 감독대행의 역사는 깊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원년부터 시작됐으니 프로야구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 1호 감독대행의 주인공은 1982년 삼미 이선덕 투수코치였다. 삼미 초대 사령탑 박현식 감독이 13경기 만에 3승10패(승률 0.231)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물러나자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인천고 시절 1959년 황금사자기 경북고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실업야구를 주름잡은 명투수 출신. 1990년대까지 삼미, 태평양, 쌍방울 등에서 투수코치로 많은 후진을 양성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1호 감독대행의 훈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1982년은 팀당 80경기를 소화하던 시절. 이선덕 감독대행은 잔여 67경기에서 12승55패(승률 0.179)를 기록했다. 삼미는 역대 한 시즌 최저승률 0.188(15승65패)을 찍었다.

흥미로운 것은 1982년 원년에 해태도 13경기 만에 초대 감독인 ‘빨간장갑의 마술사’ 김동엽을 경질하고 조창수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는 점이다. 다만 날짜 차이로 1호와 2호의 운명이 갈렸다. 삼미 이선덕 감독대행은 4월 27일부터, 조창수 감독대행은 이틀 후인 4월 29일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조창수 감독대행은 33승34패(승률 0.493)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해태는 1983년부터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 KIA 타이거즈 시절 유남호 감독(오른쪽)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KBO 61번째 감독대행…유남호, 감독대행만 최다 5회

가장 근래에 감독대행을 맡은 인물은 지난해 KIA 박흥식 감독대행과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이다. 그리고 올 시즌 한화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 역대 45번째 인물이자, 사례로 따지면 역대 61번째 감독대행의 역사를 쓰게 됐다.

인물과 횟수가 다른 것은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감독대행을 맡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남호 전 KIA 감독이다. 그는 무려 5차례나 감독대행을 경험했다. 해태 코치 시절에 김응용 감독이 출장정지를 당했을 때 1998년에 1경기, 1999년에 1경기를 지휘했다. 2000년에는 시드니올림픽 기간이던 9월1일부터 3일까지 4경기(더블헤더 포함)를 맡은 뒤 10월 5일 1경기 등 한 달 사이에 2차례 감독대행에 올랐다. 그는 2004년 KIA 김성한 감독이 시즌 도중 해임되자 7월 27일부터 시즌 종료까지 다시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리고는 잔여경기에서 26승18패1무(승률 0.591)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시즌 후 마침내 정식 감독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이듬해 성적부진으로 84경기 만에 중도퇴진하면서 서정환 코치에게 감독대행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다.

▲ 2019년 시즌 도중 감독대행을 맡은 KIA 박흥식, 롯데 공필성 ⓒ한희재 기자
◆감독대행으로 가을야구 진출 사례

감독이 자진사퇴를 하거나 구단에서 경질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곤경에 빠졌다는 의미다.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KBO 역사에서 감독대행 체제로 포스트시즌에 나간 사례도 3차례 있었다. 최초의 주인공은 1997년 삼성 조창수 감독대행. 백인천 감독이 건강상 이유로 2차례나 물러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 감독대행을 맡아 21승17패(승률 0.550)의 전적을 거두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재계 라이벌 LG에 2승3패로 패퇴하면서 프로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지 못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2004년 KIA 유남호 감독대행은 승률 6할에 육박하는 호성적(26승18패1무)을 거두고 4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역대 2번째 감독대행의 가을야구 역사를 썼다.

그리고 2011년 SK 이만수 감독대행. KBO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감독대행 신분으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그해 김성근 감독이 SK 구단과 갈등 속에 8월 17일 사퇴를 했다. 당시 성적은 93경기 52승41패(승률 0.559)로 3위. 이만수 감독대행은 남은 40경기에서 19승18패(승률 0.514)로 선전하며 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돌파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삼성에 1승4패로 물러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감독대행에서 감독 승격 가능성은?

시즌 도중에 감독의 퇴진 속에 감독대행을 맡았다가 시즌 끝까지 팀을 지휘한 사례는 역대 32차례. 그 중에 시즌 후 곧바로 감독으로 승격된 사례는 14차례 있었다. 비율로 보면 43.8%이다.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5명 중에 2명 이상은 시즌 후 감독으로 정식 계약을 맺었으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독대행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최초의 주인공은 1983년 말에 롯데 사령탑에 오른 강병철 감독이다. 1983년 7월에 롯데 초대 사령탑 박영길 감독이 물러난 뒤 후기리그 감독대행을 맡아 50경기에서 21승29패를 기록했다. 그리고는 그해 말 정식 감독에 올라 1984년 롯데의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했다.

감독대행에서 정식 사령탑에 오른 마지막 사례는 SK 이만수 감독으로 남아 있다. 2011년 감독대행을 맡아 정규시즌을 잘 치른 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면서 2012년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우선 시급한 것이 팀의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다. 리빌딩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만든다면 2012년 이만수 감독 이후 단절된 감독 승격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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