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이 깨졌으나 팀 승리를 지킨 전상현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유한준의 타구가 좌측 담장으로 날아가는 순간, 전상현(24·KIA)은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전상현은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 3-1로 앞선 8회 등판,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홀드는 기록했으나 1사 후 유한준과 승부가 내심 아까웠다. 초구에 카운트를 잡기 위해 144㎞짜리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것이 높게 형성되면서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갔다. 베테랑 유한준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비거리 125m짜리 이 홈런으로 전상현의 기록 하나는 깨졌다. 전상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13경기에서 15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었다. 실점이 하나 있었지만 자책점은 아니었다. 전상현은 지난해 8월 24일 인천 SK전(2이닝 1실점) 이후로는 자책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시즌이 뒤늦게 시작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290일 만의 자책점이었다.

그러나 더 흔들리지 않은 전상현이었다. 홈런을 맞은 뒤가 그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심 생각하고 있을 법했던 자신의 기록이 깨지면서 허탈감이 몰려올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포수 한승택이 잠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전상현은 한승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3-2로 앞선 1점차 리드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전상현은 로하스와 박경수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리드를 지켰다. 9회 마운드를 문경찬에게 넘긴 전상현은 시즌 4번째 홀드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은 어차피 언젠가는 깨질 것이었다. 전상현도 항상 이 질문에 대해 “언젠가는 깨진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기록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차라리 이날 깨진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전상현은 흔들리지 않았고, 팀은 3-2로 이겼다. 홈런 하나를 맞은 것의 후유증이 개인에게나 팀에나 없었다.

한편 전상현이 자책점을 기록함에 따라 리그에서 평균자책점 0(10이닝 이상 투구)을 기록 중인 불펜투수는 김정빈(SK) 딱 하나만 남았다. 김정빈은 9일까지 15⅓이닝을 던지면서 아직 자책점이 없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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