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팀 승리를 이끈 조영우(왼쪽)와 이흥련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건욱(25·SK)과 조영우(25·SK)는 같은 나이에 같은 연도에 프로 데뷔, 그리고 2군에서의 생활이 길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연히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전지훈련 명단 등 2020년 초반 희비가 엇갈릴 때도 서로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두 선수가 9일 팀의 값진 승리를 이끌어냈다. 선발로 나선 이건욱은 간간이 제구가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5이닝 동안 안타 3개만을 허용하며 1실점으로 버텼다. 팀의 득점 지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공을 던졌다. 상대 외국인 선발이자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인 케이시 켈리와 대등한 싸움을 벌이며 팀의 승리 기운을 만들어줬다. 

조영우는 모든 필승조가 다 소진된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감격의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특히 9회 위기 상황을 막아내고 팀을 끝내기 수렁에서 건져 올린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이건욱이 2주 전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그 마운드에서, 조영우도 경력에 전환점이 될 만한 숫자를 새겨 넣었다.

사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두 선수는 이날 그 상황에서 마운드에 있으면 안 됐다. 선발은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이어야 했고, 9회나 10회 상황에서는 하재훈이 마운드를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킹엄의 팔꿈치 통증, 그리고 하재훈의 가벼운 주사 치료 때문에 두 선수가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대개 스타는 그렇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욱 조영우 뿐만이 아니다. 시즌 초반 부상자와 예상치 못한 부진 선수가 쏟아져 나온 SK는 올 시즌 초반 유독 스토리가 많다. 물론 최악의 10연패라는 ‘잊고 싶은’ 스토리도 있었지만 갈수록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경기가 많아졌다. 그렇게 팀은 승률을 끌어올리고 있고, 예비 자원 확보에 사활을 기울였던 팀의 시즌 준비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기나긴 10연패를 끊어낸 주역은 최정과 제이미 로맥이 아닌 남태혁이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2군을 전전했던 남태혁이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로 우뚝 섰다. 1군 17경기에서 타율 0.297로 괜찮은 출발을 알렸다. 시즌 중간에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이흥련은 팀 포수진의 기가 막힌 반전을 이끌고 있다. 타격이면 타격, 투수 리드면 투수 리드까지 흠잡을 곳 없는 활약으로 팀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만년 백업의 설움을 떨쳐냈다.

신인 최지훈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최지훈은 14경기에서 타율 0.372, OPS(출루율+장타율) 0.938의 맹활약으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김정빈이 15경기, 15⅓이닝 무실점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쓰고 있다. 캔버라 마무리캠프 중반까지 제구가 안 돼 고민이 많았던 이 좌완은 탈삼진/볼넷 비율이 3.8에 이르는 믿을 만한 투수가 됐다. 

9일 끝내기 상황을 막은 것도 조영우는 물론, 강견을 과시하며 3루 주자를 꽁꽁 묶은 좌익수 최지훈과 우익수 정진기의 공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들이 기존의 주전 선수들보다 확실히 더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각자의 장점을 앞세워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SK가 바라는 육성의 그림도 그 과정에서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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