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호하는 삼성 라이온즈 더그아웃.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눈치껏 고개를 숙였다."

신인 선수의 첫 홈런에 더그아웃 전체가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삼성 라이온즈 분위기는 밝음이다.

1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2회말 1사 주자 없을 때 삼성 외야수 박승규가 키움 외국인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은 4-1로 이겼고,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박승규의 KBO 리그 데뷔 첫 홈런이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순항하고 있던 요키시에게 첫 피홈런과 첫 패전을 안기는 홈런이었다.

홈런을 치고 돌아온 박승규와 삼성 더그아웃 전체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다. 1군에서 첫 홈런을 친 선수를 '모른 척'하는 일종의 세리머니였다. 눈에 띄는 점은 허삼영 감독과 최태원 수석 코치 모두가 이 '모른 척'에 동참을 했다.

허 감독은 11일 경기 전 "다들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첫 홈런 때 대개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눈치껏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선수단 세리머니에 감독과 코치진은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현재 삼성은 아니다. 모든 더그아웃이 하나가 돼 신인 선수의 홈런을 축하해 줬다.

삼성 더그아웃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삼성은 더그아웃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여러 규칙을 세웠다. 대개 선수들은 더그아웃 뒷편에 라커룸이 가깝다는 점을 이용한다. 그러나 삼성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경기 중에 라커룸에 들어가지 말라고 제한했다.
▲ 박진만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 오키나와(일본), 박성윤 기자

당시 최태원 수석코치는 "'우리 팀'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야구가 단체 스포츠지만, 개인적인 면이 강하다. 다 같이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해야 하고, 함께 경기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 라커룸 출입 최소화를 선수들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라커룸 출입 제한은 시즌 때도 이뤄지고 있다. 경기 휴식조를 포함한, 불펜, 선발, 백업 선수들이 모두 더그아웃 난간에 매달려 경기를 지켜보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무관중 경기 속에서 삼성 더그아웃에서 선수단의 큰 응원 소리가 나오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수단 파이팅을 외치는 일선에는 베테랑 권오준이 있다.

허 감독은 "더그아웃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졌다. 선수끼리 격려해 주고, 최선참 권오준이 응원단장을 하면서 경기 외적으로 좋은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경기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는 일이 많다"며 팀 분위기가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진을 떨쳐내고 지난 10일 키움을 상대로 선발 승리를 챙긴 선발투수 백정현은 "종아리가 안 좋아 퓨처스리그를 다녀왔는데, 더그아웃 선수단 전체가 많이 편해보였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주장이지만 부상으로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박해민은 11일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TV로 한 경기도 안 빼놓고 다 봤다. 내려가기 전과 이후 다른 팀이 달라졌다. 주장인 내가 했었어야 했는데 오준이 형이 해주셨다고 했다. 선수단이 팀으로 만들어져가는 과정이 되는 것 같다. 오준이형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주장으로서 이제부터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고 모두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곽혜미 기자

마무리투수 우규민 역시 밝은 팀 분위기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그아웃 분위기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좋아졌다. 감독님께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하신다. 분위기가 경기할 때나, 아닐 때 전체적으로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9-9-6-8 순위를 기록하며 '비밀번호'를 찍었다. 올 시즌은 15승 18패 승률 0.455, 7위를 기록하고 있다.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즌 초반이라 여전히 5강은 가시권이다. 주축 선수 부진과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메워가며 거둔 승률이다. 

상위권팀에 무기력했던 과거의 경기력을 떨쳐냈다. 1위 NC 다이노스, 2위 LG 트윈스에 연거푸 우세 3연전을 기록할만큼 저력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감독, 선수들은 모두 그 원동력을 더그아웃 분위기로 꼽는다. 새롭게 출발하고 있는 삼성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밝음'이다.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삼성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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