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마운드의 희망이자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이민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LG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한 스리펀치를 보유하고 있다.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는 지난해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였다. 여기에 항상 자기 몫은 해주는 좌완 차우찬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 현재, 현 시점에서 LG의 에이스는 세 선수가 아닐지 모른다. 세 선수가 시즌 초반 다소간의 기복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고졸 신인 이민호(19)의 상승세가 눈부시기 때문이다. 물론 이민호가 팀의 진짜 에이스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겠지만, 적어도 언젠가는 팀의 진짜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남기기 충분한 요즘이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이민호는 7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지면서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도 고무적이었다. 비교적 단조로운 구종의 한계를 구위와 패턴의 설정, 그리고 배짱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운이 아닌 실력이었다.

이날 이민호는 최고 148㎞의 포심패스트볼과 최고 141㎞에 이르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SK 타자들을 묶었다. 6개의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장타 허용이 없었기에 비교적 여유로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간간이 던진 커브와 포크볼도 스트라이크존에 박히며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향후 두 구종의 완성도가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를 걸기 충분했다.

여기에 적극적인 승부로 4사구를 최소화한 것도 이날 이민호가 7회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민호도 경기 후 4사구를 줄인 것을 경기의 가장 큰 수확으로 뽑았다. 간혹 공이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2S 이후의 집중력은 가공할 만했다.

또한 이날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112개)를 기록한 날이기도 했다. 직전 경기(6월 2일 삼성전) 100개를 넘어 자신의 한계를 더 확장했다. 7회에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등 완성형 선발로 갖춰야 할 스태미너까지 과시했다. 두둑한 배짱은 이쯤되면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올 시즌 LG 선발 투수 중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윌슨도, 켈리도, 차우찬도 아닌 이민호였다. 자가격리 여파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두 외국인 선수가 다소간 기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민호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이제 LG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것이 됐다.

LG는 이민호를 최대한 관리해서 쓴다는 방침이다. 고졸 신인이기 때문이다. 무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실제 아직은 144경기 체제에 대한 확실한 자기 노하우도 없다. 다만 LG가 이민호를 적절한 시점, 그리고 가장 좋을 때 던질 수 있도록 관리한다면 올해 신인왕도 노려볼 수 있는 흐름이다. 이민호는 이제 다음 등판이 기다려지는 투수가 됐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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