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면서 리빌딩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맷 윌리엄스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2019년 6월 15일의 순위표를 살펴보면 한화는 69경기를 치른 가운데 승률 0.420으로 8위, KIA는 69경기에서 승률 0.412로 9위였다. 두 팀 모두 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당시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 팀의 체질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이탈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을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였다. 5월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한 KIA는 아예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2019년을 잘 마치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 KIA와 한화의 처지는 1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KIA는 6월 15일 현재 19승17패(.528)로 리그 5위다. 반면 한화는 18연패라는 최악의 늪에 빠지는 등 9승27패(.250)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IA가 맷 윌리엄스 감독의 선임 이후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는 반면,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사퇴하며 선장마저 잃었다. 간신히 연패를 끊었으나 여전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고, 이제는 앞으로가 문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화는 물론, 윌리엄스 감독의 3년 임기를 내다보고 발걸음을 내딛은 KIA도 그것을 조금 더 세련되게 가다듬을 필요는 있다. 두 팀 모두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등 장기적인 시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윌리엄스 감독의 올 시즌 계획, 한화의 현 상태를 보면 사뭇 다른 것이 느껴진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식 탱킹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할 수도 없는 여건이라 말한다. 이는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윌리엄스 감독은 인천에서 열린 SK와 주말 3연전 중 리빌딩 철학을 묻는 질문에 “메이저리그 팀들은 최소 4개의 마이너리그 팀을 보유하고 있다. 단계를 거치며 팀의 시스템과 육성 방식을 배운다.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없어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윌리엄스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육성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리빌딩이라고 해서 성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실제 KIA는 올 시즌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면서도 적재적소에 신예 선수들을 쓰며 경험을 주고 있다. 이들은 팀이 이기는 경기에 나서고 또 공헌하면서 ‘이기는 법’을 경험한다. 베테랑과 신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1년 전 KIA와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한화는 KIA를 쫓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시즌에 달렸다. 물론 어린 선수들을 쓰면서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을 자리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 한화의 상황에서 부진한 베테랑 선수들을 무조건적으로 중용할 이유 또한 없어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장 최원호 감독대행 부임 후 올라온 젊은 선수들은 상당 시간 팀이 실패하는 것만 경험했다. 젊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다 채워  넣어도 매일 지는 경기에 빠른 성장은 불가능하다. 같은 출전 시간이라도 해도 성장 속도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KIA는 지난해 성적을 조금씩 끌어올리면서 젊은 필승조들이 ‘이기는 경기’를 경험하면서 성장했다. 그 선수들이 올해 굳건히 이기는 경기를 지키고 있다. 젊은 야수들도 올해 그 방식을 거친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당장 성적을 끌어올리기는 어렵겠지만, 선수들이 최대한 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상을 짜야 한다. 매우 복잡한 방정식이나 반드시 해내야 리빌딩 완성 시점도 조금씩 짧아질 수 있다. 1년 만에 KIA에 크게 뒤처진 한화가 맹렬한 추격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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