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타격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SK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창단 20주년을 맞이하는 SK가 최악의 성적으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마운드가 분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최악의 타선이 고비 때마다 발목을 잡는다. 타격의 시원한 폭발이 언제 이야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 그게 정상이다. 

SK는 16일과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모두 연장 접전 끝에 패했다. 표면적으로는 1점 리드를 9회 지키지 못한 마운드 탓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역시 상대 마운드를 조기에 두들기지 못한 타선이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 

선발 매치업에서는 우위였고, 실제 밀리지 않았다. 16일과 17일 모두 kt는 대체 선발이 나섰다. 16일은 김민수였고, 17일은 프로 첫 선발 등판을 갖는 조병욱이었다. 반대로 SK는 16일 외국인 투수인 리카르도 핀토가 등판했다. 17일 선발 김태훈도 조병욱보다는 경험과 실적이 더 많은 투수였다. kt가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결과는 SK가 모두 졌다. 내심 두 경기를 모두 잡고 18일 경기를 편안하게 치르겠다는 벤치의 계산은 완전히 어긋났다. 

사실 이런 경기에서는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점수를 내 상대 마운드 운영을 강제해야 한다. 3~4점 차이만 돼도 상대는 필승조를 운영하기 어렵고, 종반으로 갈수록 타선도 사기가 꺾이기 마련이다. 팀 필승조도 더 여유있는 상황에서 나설 수 있다. 1점차와 3점차는 압박감이 다르다. 

그러나 SK 타선은 오히려 상대 마운드에 끌려갔다. kt의 사기만 올려준 셈이 됐다. 결국은 마운드는 물론 자신들조차도 종반 쫓기는 양상에 머물렀다. 워낙 타선이 안 맞다보니 대량득점 가능성을 포기하는 대신 1점을 짜내기 위한 희생번트만 속출했다. 1점을 짜내자 마무리 하재훈이 무너졌다. 뭘 해도 안 되는 팀의 전형이다.

지독한 타격 침체는 현재 진행형이다. SK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1일 인천 KIA전(10득점)이 마지막이다. 그 후 17일까지 79경기에서 모두 10득점 미만이다. 이 기간 SK는 32승47패(.405)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리그 8위다. 이 79경기에서 SK는 0.241의 팀 타율을 기록했는데 리그 최하위다. 

0.241의 타율, 0.670의 OPS(출루율+장타율)는 창단 후 최악 실적이다. SK의 역대 최저 타율은 2006년 0.254였다. OPS가 0.700 이하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2006년은 지금보다는 투고 시대였다. SK는 지금 부상자 핑계를 대기에도 너무 못 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축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이 기간 100타석 이상을 들어선 선수 중 3할 이상을 때린 타자는 고종욱(.309) 단 한 명이다. OPS 0.850 이상의 타자는 로맥(0.866) 딱 하나였다. 억대 연봉자와 FA 계약자가 바글바글한 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돈이 줄줄 새고 있다. 반대로 팀 평균자책점은 4.08로 리그 4위 수준이었다. 마운드는 그럭저럭 운영이 된 반면 타선이 팀 추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SK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을 기록한 날에도 23승14패(.622)에 머물러 승률은 리그 10위였다. 선취 득점시 22승16패 또한 리그 꼴찌다. 연장전에서는 2승6패로 리그 9위였으며 역전패는 24패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역전승은 10번(9위)에 불과했다.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는 딱 한 번 이겼다. 방망이가 안 맞는데 역전승이 자주 나올 리는 만무하다.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의 실패다.

마운드가 어느 정도 버텨주니 매번 피말리는 승부만 이어지고 있다. SK는 79경기에서 1점차 경기를 무려 21번이나 했고, 2점차 경기도 22번이었다. 79경기의 절반이 넘는 43경기가 1~2점차 승부였다. 10개 구단 중 단연 가장 많다. 이러다보니 필승조는 소모할 만큼 소모하고, 경기는 이기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타선이 반등하지 않는 이상 SK의 시즌 성적도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널리고 널렸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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