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류현진 선배를 닮고 싶다."
고교 최고 좌완으로 꼽히는 강릉고 3학년 김진욱(18)이 1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상업고와 8강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3-3으로 맞선 6회초 무사 1루 박성재 타석 볼카운트 1-2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대회 2승째를 챙겼다. 강릉고는 덕분에 6회말 1점을 뽑아 4-3 리드를 지키며 창단 최초로 4강에 올랐다.
제구력을 앞세운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시속 140~141km가 한두 차례 나왔고, 주로 시속 130km 후반대로 형성될 정도로 구속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주 무기인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던져 경기상업고 타선을 꽁꽁 묶었다. 4이닝 동안 투구수 47개를 기록하면서 김진욱은 규정상 하루 휴식을 취하고 4강전에도 등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김진욱은 경기 뒤 "팽팽한 상황에서 야수들이 잘해줘서 고맙다. 구속은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서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다. 평소에도 제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제구를 더 신경 썼다. 4강에 가서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돋보이는 기록은 탈삼진 수. 김진욱은 지난 12일 대최 첫 등판이었던 광주일고와 32강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6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뺏었다. 2경기 통틀어 탈삼진 17개로 지금까지 대회에 참가한 투수 가운데 부문 1위다.
김진욱은 이날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서는 "광주일고(32강전)와 경기에서 팔이 늦게 나와서 타이밍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슬라이더로 완급 조절을 하면서 카운트 싸움을 하려 한 게 주효했다. 투구 수 제한이 있어 공 하나를 버리기가 쉽지 않아 적극적으로 던졌다. 지난해는 삼진을 많이 못 잡았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교 최고 왼손 투수답게 롤모델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에이스 류현진(33)이다. 김진욱은 "류현진 선배의 변화구 제구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닮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김진욱의 이날 투구를 지켜본 뒤 "(코로나19로)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노력하게 던져줬다. 8회 전까지만 가주길 바랐는데, 이 정도면 만족 한다. 4이닝 동안 60개(60구 이상 던지면 이틀 휴식)까지 던지진 않을 것으로 믿었다"고 설명했다.
필승 카드 김진욱을 4강부터 어떻게 활용할지와 관련해서는 "내일 투수들의 컨디션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4강전에서 3점 정도 리드를 지켜준다면 김진욱을 아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강릉고는 대전고와 마산고의 8강전 승리팀과 오는 20일 4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SPOTV에서 생중계한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