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 복귀 이후 향후 보직이 관심을 모으는 kt 김민 ⓒkt위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아직 결정을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8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향후 선발진 운영 방안에 대해 “숨기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당장 답변하지 못하는 것에 양해를 구했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인데,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kt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저울질하고 있다.

선발진에 부상자들이 돌아오는데, 대체로 들어갔던 선수들이 잘 던진 게 일단 기본 전제다. kt는 올 시즌 두 외국인 투수(데스파이네·쿠에바스), 그리고 배제성 김민 소형준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짰다. 그런데 쿠에바스와 김민이 부상으로 빠지고, 그 자리에 김민수와 조병욱이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김민수 조병욱이 16일과 17일 인천 SK전에서 호투하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일단 이 감독은 김민수의 선발 고정을 시사하고 있다. 김민수는 불펜에 있을 때보다 선발로 투입됐을 때 성적이 더 좋았다. “1점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불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2~3점은 줘도 되니 5이닝을 버티자”는 생각으로 던지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 감독이 김민수를 대체 선발로 투입할 때의 의중과 일치한다. 지난해도 선발에서 뛴 경험이 있고, 올해도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게끔 준비했으니 큰 문제는 없다.

쿠에바스가 돌아오면 확률적으로는 조병욱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가능성은 충분하고 성장 속도도 눈이 부시지만 아직은 쿠에바스나 김민수의 완성도보다는 아래다. 대신 이 감독은 조병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을 찾고 있다. 아직 결정구가 완벽하지 않아 필승조로 쓰면 괜히 자신감만 잃을 수 있어서다. 롱릴리프나 대체 선발로 다시 대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남는 선수가 바로 김민이다. 어쩌면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선수다.

어깨 염증으로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김민은 주말부터는 투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군 코칭스태프에서 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몸 상태나 선수의 의사에 이상이 없을 경우 1군 복귀 준비를 한다. 그런데 쿠에바스가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김민수까지 5명이 다 찬다. 김민의 자리가 애매해진다. 김민은 kt에서 선발로 육성한 선수로 불펜 경험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2군으로 내려 선발 로테이션을 돌게 하자니 아깝다.

김민은 올해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6.5㎞에 이르는, 국내 선수 기준으로는 파이어볼러다. 선발로 뛰며 만든 숫자이니 1이닝을 전력투구한다면 150㎞를 던지는 불펜투수가 kt에 추가되는 효과가 있다. 이 감독은 항상 “지금 불펜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민은 그 속도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투수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 이 감독은 일단 제구 이슈가 있고, 불펜 경험이 없는 김민이 어떤 투구를 보일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만약 불펜이 맞지 않는 옷임이 드러난다면 오히려 선수만 망치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또한 어쨌든 김민은 장기적으로 선발이 어울리는 선수다. 이 감독이 “선발투수와 1+1으로 붙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이유다. 김민수 소형준의 향후 투구 내용도 변수다. 

불펜에서 뛴다고 해도 1이닝을 뛰는 전업 불펜과 언제든지 선발 몫을 대신할 수 있는 롱릴리프는 또 다르다. 만약 셋업맨을 맡긴다면 이는 올 시즌 전체를 바라본 포석이 되어야 한다. 자꾸 보직이나 임무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3년 임기에 아직 절반도 오지 않은 이 감독으로서는 내년 구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kt가 다음 주 김민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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