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오른쪽)은 이례적으로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투수 이영하, 포수 정상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이영하(23)에게 김태형 감독이 묵직한 메시지를 줬다. 

이영하는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간 시즌 4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9피안타 1볼넷 4탈삼진 7실점에 그쳤다. 타선이 LG 선발투수 차우찬(1이닝 8실점)을 일찍부터 두들긴 덕에 팀은 18-10으로 크게 이겼지만, 이영하는 웃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이날 2차례 이례적인 행동을 했다. 13-1로 앞선 2회말 무사 1루에서 정주현을 사구로 내보내자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이영하, 그리고 포수 정상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은 김원형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지만, 이때는 김 감독이 직접 움직였다.

두 번째는 투수 교체 시점이다. 두산은 지난 4일 5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없어졌다. KIA 타이거즈에 내야수 류지혁을 내주고 우완 홍건희를 받아와야 할 정도였다. 최원준, 박종기, 홍건희를 롱릴리프로 기용하면서 함덕주, 박치국, 이현승, 김강률, 채지선 등을 투입해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부터 17일 잠실 삼성전까지 4연패에 빠진 결정적 이유다.

타선이 1회 5점, 2회 8점을 뽑으면서 시작부터 LG가 백기를 들게 한 상황에서도 이영하는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1회 1점, 2회 3점, 3회 1점, 4회 2점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최고 구속 150km에 이르는 직구도 제구 난조 속에 위력을 잃었다. 3⅔이닝 만에 투구 수가 91개에 이르기도 했지만, 7점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투수 교체를 선택했다. 말 다음에 행동으로 메시지를 준 셈이다.

김 감독은 20일 선발투수로 박종기를 예고하면서 뒤에 최원준과 홍건희를 붙일 계획이었다. 박종기는 대체 선발투수로 처음 나선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4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한번 더 기회를 얻었지만, 확실히 계산이 서는 카드는 아니다. 그런데 이영하가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최원준(⅓이닝 19구)과 홍건희(2⅔이닝 40구)를 하루 일찍 끌어다 쓰면서 20일 투수 운용에 변수가 생겼다.

이영하는 2018년 불펜으로 시즌을 맞이했다가 시즌 도중 선발로 기회를 얻어 10승 고지를 밟았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17승 투수로 성장했다. 기세를 이어 '2019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에이스로 평가를 받았다.

큰 기대를 받으며 맞이한 선발 풀타임 2번째 시즌. 김 감독은 1선발 라울 알칸타라 다음 2선발로 이영하를 기용하며 힘을 실어줬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올해 8경기에서 1승3패, 43⅓이닝, 평균자책점 6.23에 그쳤다. 삼진 31개를 잡는 동안 4사구가 28개에 이를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영하의 부진이 길어지자 선발 로테이션까지 조정하며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최근 어깨가 무거워서 휴식일을 더 줬다"고 설명했다. 이영하는 김 감독의 배려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영하가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 부담으로 이어질까 그게 가장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염려가 현실이 된 가운데 이영하 본인이 해답을 찾아야 한다. 지나간 기록은 잊고 5선발로 시작했을 때처럼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때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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