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뛰어난 성적으로 분전하고 있는 SK 문승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전지훈련에 만난 SK 우완 문승원(31)의 시즌 전 목표는 거의 같다. 집요한(?) 질문에도 좀처럼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해보다 더 나은 투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달리 생각하면 가장 어려운 목표를 제시한 셈이기도 하다. 원래의 성적 베이스가 없는 투수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쉽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더 나은 투수가 되기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문승원은 매년 그 약속을 지켰다. 성적 추이를 보면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2016년 가능성을 보인 문승원은 2017년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155⅓이닝)을 소화했다. 다만 29경기에서 승리(6승)보다 패전(12패)이 더 많았고 평균자책점 5.33이었다. 그런 문승원은 2018년 31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을 4.60으로 낮췄다. 지난해에는 26경기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3.88이라는 개인 최고 성적을 찍었다.

11승7패 평균자책점 3.88이라는 성적이 얼핏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국내선수로 한정하면 훌륭한 기록이 맞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문승원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토종 선발 중 6위였다. 외국인 선수 전체를 합쳐도 19위로 뛰어났다. 5선발 이미지는 이제 실례다. 리그에서 인정할 만한 선발투수 대열에 올랐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문승원은 올해도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 시즌 초반 다소 고전했던 문승원은 6월 들어 완전한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6월 4경기에서 25⅓이닝을 던지며 1승2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 중이다.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1승에 머물렀지만, 시즌 평균자책점도 일단 3.72까지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19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컨디션을 선보였다. 키움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빠른 공에 강함에도 불구하고 문승원의 패스트볼은 힘이 있었다. 쉽게 쳐내지 못했다. 여기에 주무기인 고속 슬라이더는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커브 완성도가 언제든지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제 마지막 관건은 꾸준함이다. 문승원은 잘 던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기복이 제법 있다. 올 시즌도 5월이 그랬다. 1회부터 3회까지 기가 막히게 던지다가도 4회 이후 무너진 경기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구위나 제구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이상하게 흔들렸다. 이런 기복을 줄이며 꾸준하게 나아가야 이름 앞에는 진짜 ‘에이스’라는 호칭이 붙는다. 가장 어려운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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