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박종기가 첫 승 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 잠실,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두산 오른손투수 박종기가 '인간극장'을 써내려가고 있다. 2013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오기 하나로 버틴 결실이 8년 만에 나왔다. "언제가 끝일지 모르겠지만, 끝날 때까지는 지금 이 초심을 지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났다.

20일 자신의 두 번째 1군 선발 등판에서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박종기는 "아직 얼떨떨하다. 1구 1구 집중해서 열심히 던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들려줬다.

박종기는 2013년 두산 입단 후 8년째 시즌인 올해 데뷔 첫 승을 거뒀다. 6이닝 투구도, 83구 투구도 이번이 처음이다. 긴 시간 버틴 그에게 돌아온 첫 승이라는 결실은 그래서 더욱 남다르다.

육성선수로 들어와 악으로 오기로 버텼던 어린 시절, 공익근무 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회인 야구 선수들과 운동한 일화, 1군 등록에도 등판 없이 다시 말소된 사연 하나하나 그에게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두산 박세혁(왼쪽)과 박종기. ⓒ 한희재 기자
그는 "첫 승이 오래 걸리기는 했다. 계속 간절하게 던져서 그런지 야수 형들이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동료들에게 먼저 고마워했다. 또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마운드에서 흔들릴 때마다 부모님을 생각했다"며 기약 없이 지내온 긴 시간 뒷바라지해준 가족을 떠올렸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시간은 고비였다. 2년 동안 개인 훈련하는 시간이 길었다. 박종기 곁에는 다행히 훈련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고. 그는 "운동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지금도 고맙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이고 루틴 만드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공 던질 곳이 마땅치 않았을 때는 사회인 야구 팀에서 경기 대신 캐치볼을 같이 하면서 감각을 유지했다. 휴가 때는 퓨처스 팀에서 캐치볼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2018년 퓨처스리그에서 17경기를 뛰었다.

지난해에는 15일 동안 1군에 등록됐지만 실전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그마저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박종기는 "불러주신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솔직히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화전 LG전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던졌다. 그게 호투의 발판이 된 것 같기도 하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 박종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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