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키움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2)는 지난 20일 고척 SK전이 끝난 뒤 일본에서 연수 중인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경기에서 8회 2사 1,2루 때 자신이 홈런을 친 뒤 보여준 '배트 플립'이 멋있었냐는 내용의 문자였다. 이정후는 풀스윙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배트 플립을 영상으로 본 뒤 농담으로 아버지에게 "빠던(배트플립) 멋있지 않냐"고 말했지만, 아버지의 대답이 "아직 멀었다"였다는 점이 웃음 포인트.

이정후는 다음날인 21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원래 아버지의 '빠던'이 멋있지 않았나. 그래서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물어봤는데 '아직 멀었다'고 하시길래 농담 삼아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며 아버지와 유쾌한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 코치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끈 KBO리그 레전드다. 1993년 해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일본 주니치 생활을 거쳐 2011년까지 KIA에서 뛰었고 통산 1706경기에 나와 194홈런 1100득점 730타점 510도루 타율 0.297을 기록했다. 1994년, 1996년, 1997년 2003년까지 4차례 도루왕에 올라 발 빠른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특히 1994년 시즌 84도루는 아직 아무도 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코치는 1996년 리그 홈런 3위(25개), 1997년 홈런 2위(30개)에 오를 정도로 한 방까지 갖춘 타자였다. 이정후에게는 '호타준족'의 교과서와도 같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이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않도록 칭찬을 멀리 하는 것이 이 코치의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이)정후의 팀에 코치들이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다"며 야구를 가르치는 것을 삼가는 이 코치지만, 지난해 초반 이정후가 잘 풀리지 않고 슬럼프를 겪을 때 "넌 아직 젊으니까 이번 시즌은 망했다고 생각해도 된다"며 '쿨한 조언'을 날리기도 했다. 이정후 역시 아버지의 진심을 받고 마음의 짐을 덜면서 슬럼프를 떨쳐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율을 유지하며 장타를 늘리는 노력을 했다. "약점을 고치기 위해 장점을 없애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는 스윙 폼을 유지하는 대신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시즌에서 그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이정후가 최고의 롤모델이자 스승인 이 코치를 점점 더 닮아가며 완벽한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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