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문회 롯데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지도자별로 '불펜론'은 사뭇 다르지만, 사실 마무리투수 사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세이브 상황이 되면 나온다. 홈이라면 동점 상황에서 초 공격에 등판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막고 말 공격에 끝내기를 노리는 것이다. 대신 뒤진 상황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세이브 상황은 동료들이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항상 나오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등판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경기 상황과 관계 없이 나서는 경우도 꽤 자주 있다. 그런 측면에서 허문회 롯데 감독의 마무리 김원중 활용법은 조금 특이하다. 김원중은 6월 9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한 경기에 나갔다. 그리고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또 한 경기만 나갔다. 모두 세이브 상황이었다.

12경기에서 2경기만 나간 셈이다. 그렇다고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다른 감독이었다면 접전 상황에서 1~2경기 더 나가거나 승패와 관계없는 상황에서 1~2경기는 더 썼을 법하다. 특히 롯데는 지난 주 계속 접전이 이어졌다. 6경기 중 5경기가 1~2점차 승부였다. 하지만 허 감독의 기용법은 한결 같았다. 김원중은 세이브 상황이 되어야 등판할 수 있었다. 엔트리 효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감독이었다면 20일 혹은 21일 수원 kt전은 김원중의 등판 시점이 됐을 법하다. 마지막 등판은 6월 16일 고척 키움전이었고, 설사 20일이나 21일 연투를 해도 22일은 휴식일이었다. 그러나 허 감독은 20일 접전 상황에서 김원중을 아꼈고, 2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도 생각의 큰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허 감독의 지론은 확고했다. 허 감독은 등판 간격이 너무 벌어진다는 지적에 “선수마다 다 다른 것이고,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취할 수 있다. 선수들이 불안하다고 하면 던져야 하지 않겠나”고 전제하면서도 “(세이브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안 던지게 하고 싶다. (다음 주) 화요일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김원중은 이날도 등판할 일이 없었다. 경기가 연장으로 갔다면 모를까, 허 감독의 지론이라면 나올 타이밍이 전혀 없었다.

김원중 기용법에서 보듯 허 감독의 선수단 운영법은 신념이 확실한 편이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고집도 있다”던 취임 당시 야구계 지도자들의 평가와 거의 일치한다. 2군 선수들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관점이 뚜렷하다. 이른바 “반쪽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군에서도 충분한 담금질을 통해 1군에서 확실히 성공할 상황이 될 때 올리는 것은 선호한다. 

다른 지도자들은 2군 선수의 동기부여, 유망주들의 1군 경험 축적, 또 1군 코칭스태프의 직접적인 기량 확인차 2군 선수들을 산발적으로 콜업하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허 감독은 운영법의 결이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감독의 스타일은 10명마다 제각각이고, 특히나 지금은 어느 쪽이 옳다고 확답할 수는 없는 시즌 초반이다. 올해 처음으로 감독이 된 허 감독이라면 더 그렇다.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김원중에 대해서는 “소신대로 밀고 나간 뒤 결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1경기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1·2군 순환에 대해서도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 사이 롯데의 성적도 5할을 두고 줄타기를 하고 있다. 수도권 원정 9연전을 3승6패로 마무리한 롯데는 20승21패(.488)로 리그 6위다. “접전 상황이었던 1~2경기를 더 과감한 짜내기로 잡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어쨌든 시즌은 많이 남았다. 결국 시즌 144경기를 전체적으로 보고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지금 아끼고 가꾼 것이 시즌 막판 득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적 부담 속에서 이 지론을 끝까지 밀고 갈 만한 배짱이 있는지는 허 감독에게 달렸다. 성적이 급할 때 감독들의 당초 약속이나 구상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히려 그러면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이 지론이 반쪽짜리가 되느냐, 혹은 대성공이 되느냐는 앞으로 롯데의 남은 시즌을 지켜보는 이슈가 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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