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내야수 이유찬(왼쪽)과 권민석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백업 선수들이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경기에 나가면 너도 똑같은 1군 선수다. 백업선수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한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선수들의 경쟁 심리를 잘 끌어내는 지도자다. 주축 선수들은 물론이고, 백업 선수들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하도록 독려한다. 두꺼운 선수층 활용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신인 지명 순서와 상관없이 선수들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는 오롯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실력으로 평가를 받고 기회를 얻는다. 주장 오재원(2003년 2차 9라운드), 2루수 최주환(2006년 2차 6라운드), 외야수 정수빈(2009년 2차 5라운드), 투수 유희관(2009년 2차 6라운드), 함덕주(2013년 5라운드), 포수 박세혁(2012년 5라운드)을 비롯해 지금은 팀을 떠난 NC 포수 양의지(2006년 2차 8라운드), LG 외야수 김현수(2006년 육성선수), NC 코치 손시헌(2003년 육성선수) 등이 그랬다.

올해는 6월 들어 오재원과 1루수 오재일, 3루수 허경민, 유격수 김재호 등이 부상과 씨름할 때 내야 백업 1순위 류지혁을 KIA 타이거즈에 트레이드로 보낸 게 큰 아쉬움으로 남을 듯했다. 

새로운 얼굴은 또 있었다. 올해부터 1군 붙박이 백업 생활을 시작한 내야수 이유찬(2017년 2차 5라운드 50순위)과 6월부터 기회를 얻은 내야수 권민석(2018년 2차 10라운드 100순위)은 주축 선수들이 빠진 자리가 '구멍'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살뜰히 빈자리를 채웠다. 지난 19일 좌완 차우찬을 앞세운 LG 트윈스를 18-10으로 제압할 때 이유찬은 1번 타자로 5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만점 활약을 펼쳤고, 권민석은 안정적인 수비로 핫코너를 지켰다.

이유찬은 올해 1군 26경기에서 타율 0.318(22타수 7안타), OPS 0.873, 2타점, 권민석은 14경기에서 타율 0.269(26타수 7안타), OPS 0.555, 1타점을 기록했다.  

이유찬과 권민석은 두산이 다음 세대를 고민하며 공들여 키운 내야수들이다. 이유찬은 입단했을 때부터 허경민과 체격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고, 빠른 발이 큰 장점이었다. 권민석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고,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 지난해부터 2군 코치진에게 칭찬을 듣기 시작했다. 타격은 아직 더 보완해야 하지만, 수비만큼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 왼쪽부터 김태형 두산 감독, 강석천 1군 수석 코치, 이도형 1군 타격 코치 ⓒ 한희재 기자
강석천 두산 수석 코치는 2018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2군 감독으로 지낼 때 이유찬과 권민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강 코치는 "두 선수 다 지금 1군에서 경기에 나가면서 자신감이 조금씩 붙은 게 보인다. 지난해까지 2군 선수들이었으니까. 1군 경험이 부족한데, 지금은 선배들을 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크는 단계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 이 악물고 더 해야 한다. 두 선수 모두 상위 지명 선수가 아닌데, 이 정도면 정말 미래가 밝다고 본다. 우리 팀은 수비 위주이기도 하니까"라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 선수 외에도 외야수 국해성(2008년 육성선수), 투수 박종기(2013년 육성선수) 등이 최근 4연승을 달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국해성은 19일부터 치른 LG와 주말 3연전에서 13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박종기는 20일 LG전에 대체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생애 첫 승을 신고했다.

두산은 최근 5년은 물론이고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면서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번 지명과 거리가 있었다. 올해도 10번째 선수부터 지명을 시작한다. 두산 스카우트팀은 그럴수록 원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어'로 불리는 선수는 언감생심이다. 황금사자기에서 만난 한 스카우트는 "최대어가 10번까지 오지 않으니 다른 선수들을 더 꼼꼼히 살피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두산의 화수분이 마를 때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풍족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석을 찾아 육성해서 기용하는 시스템은 여전하다. 이유찬, 권민석 등 하위 지명 선수들의 활약은 지금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원석을 찾아 헤매는 스카우트팀의 자부심이자 두산 화수분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는 증거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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