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가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롯데 야구와 관련된 개인적인 의견과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다. ⓒ목동, 곽혜미 기자
-롯데 구단 총책임자 이석환 대표이사 ‘작심 인터뷰’
-단장과 감독 불화설 관련 첫 입장 밝혀
-“향후 2~3년 롯데 야구의 뿌리가 잡힐 수 있도록”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롯데 야구’는 올해 역시 뜨겁다. 개막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해내며 핫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냉정히 말하면 긍정 반, 부정 반 이슈 몰이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 직후 5연승과 이달 초 6연승을 앞세워 신바람을 달렸다. 지난해 꼴찌로 처졌던 성적 역시 현재 6위(20승21패)까지 끌어올리며 나름의 성과도 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잦은 연패와 무기력한 역전패가 불러일으키는 팬들의 원성은 이제 일상다반사.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여러 잡음이 그라운드 안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선수단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불협화음 소문은 롯데의 숨은 아킬레스건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단 내부에서 바라보는 롯데 야구의 현실은 어떨까. 스포티비뉴스는 구단 안팎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로부터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이석환(53) 대표이사였다.

▲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왼쪽 사진 오른쪽)와 성민규 단장이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나란히 앉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강릉고 김진욱. ⓒ목동, 곽혜미 기자
이례적인 고교야구 경기 관람 “육성이 구단의 미래”

이 대표를 만난 곳은 KBO리그가 아닌 고교야구 경기가 한창인 22일 목동구장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김해고와 강릉고의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단장이나 스카우트 실무진이 아닌 구단 대표의 고교야구 현장 방문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는 “롯데의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1순위 후보로 평가받는 강릉고 김진욱은 물론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았다. 사실 고교야구 경기 관람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이후 30여 년 만이다. 옛 생각도 나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학생들을 보니 기운이 샘솟는다”고 웃었다.

이 대표는 이어 “구단 대표로 취임한 뒤 ‘육성’이라는 파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그래서 1군만큼 2군 경기를 자주 찾는다. 롯데의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선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대표직을 수행하며 알게 됐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좋은 새싹들을 영입하는 일이 핵심이라는 사실도 터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대표가 가장 눈여겨본 선수는 역시 강릉고 좌완 에이스 김진욱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연일 호투하며 대형 유망주로 떠오른 김진욱은 결승전에서 7.1이닝 4안타 11삼진 3실점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이 대표는 “김진욱의 실력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와서 보니 구위만큼이나 승부 근성이 뛰어나더라. 롯데가 꼭 필요로 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오른쪽 2번째)가 올해 1월 열린 취임식에서 성민규 단장, 허문회 감독, 주장 민병헌(왼쪽부터)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직접 밝히는 롯데 내부 불화설

지난해 최하위 굴욕을 맛봤던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사장과 단장, 감독을 모두 교체하며 현장과 프런트를 전면 쇄신했다. 기대와 우려를 함께 안고 뗀 첫발은 예상보다 순조로웠다. 특히 지난해 선수단 전체에게 드리워진 패배 의식을 어느 정도 떨쳐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사안은 바로 단장과 감독 사이의 불화설이다. 프런트를 책임지는 성민규(38) 단장과 현장을 통솔하는 허문회(48) 감독이 선수단 운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은 최근 야구계 안팎에서 정설처럼 퍼지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이러한 불화설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리고 작은 마찰 수준의 불협화음은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조직의 분위기를 말할 때 ‘케미스트리’라는 단어를 많이 쓰곤 한다. 구성원들이 얼마나 잘 결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롯데는 올해 나를 포함해 단장과 감독 모두가 처음 이 일을 해나가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은 당연하다고 본다. 지금의 마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 문제가 외부로 흘러나가면서 단장과 감독 사이의 알력 싸움 혹은 힘겨루기로 부풀려졌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 서로의 신뢰가 쌓이면, 이 정도의 불협화음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선수단 안팎의 사정을 가감 없이 밝히고 싶은 구단 수장의 ‘작심 발언’은 계속됐다.

“성민규 단장의 경우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단장직을 맡았다. 사실 이러한 측면에선 어느 감독이 와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허문회 감독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강점을 지닌 사령탑이다. 또, 허 감독은 성 단장이 직접 고른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이 뽑은 사람을 채 몇 달도 안 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등을 돌리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내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 롯데 선수들이 5월 26일 사직 삼성전을 승리로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내부에서 바라본 롯데 야구

이 대표는 올 시즌 내내 화제를 모으는 롯데 야구와 관련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비야구인으로서의 시선과 내부인으로서의 관점을 한데 담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등의 계기는 마련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일단 구단 자체에서 평가하는 수비 안정성이 크게 올라갔다. 다른 팀들과 비교해도 최상위권 수준이다. 기존 선수들은 물론 안치홍과 딕슨 마차도 등 새 얼굴들이 잘해준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합산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팀타율이나 팀평균자책점 그리고 다양한 합산 기록을 살피는데 이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이 대표의 평가와는 달리 롯데는 최근 원정 9연전에서 크나큰 비난을 샀다. 17~1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과 1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사흘 내리 끝내기 패배를 당한 대목이 뼈아팠다. 특히 19일 kt전의 경우 8-0으로 앞서가던 경기를 8-9로 지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 대표 역시 3승6패로 마무리된 원정 9연전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아 보였다.

“이겼느냐 졌느냐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이번 원정 9연전은 분명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8-9 역전패 다음 날, 선수들이 곧바로 8-0 대승을 합작했다. 또, 2-3으로 패한 kt와 마지막 게임 역시 선수들은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팬들께서 느끼셨을 분노의 감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경기를 져놓고 왜 웃느냐고 비판하시는 목소리도 엄중히 받아들인다.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가 1월 진행된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지금은 변화의 과정…롯데의 뿌리가 강해지길”

1992년 롯데 기공으로 입사한 이 대표는 롯데주류 경영지원본부장과 롯데지주 CSR팀장, 롯데 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친 뒤 지난해 12월 롯데 자이언츠 대표로 선임됐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평생 자이언츠 팬임을 자부한 이 대표로선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이 대표는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만한 자리 아니겠는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할 때 롯데라는 회사가 내게 마음의 1순위였듯이, 자이언츠 대표라는 직책도 30년 가까이 롯데에서 일하면서 꼭 맡아보고 싶은 자리였다”고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야구팬의 입장이 아닌 구단 수장의 관점에서 롯데를 이끌어야 하는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묵직한 메시지도 던졌다.

“승률이 5할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팀의 퍼포먼스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또, 이는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가 긴장해야 한다는 신호와도 같다. 올 시즌 우리 구단의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승률 5할 이상이다. 따라서 5할 아래로 떨어진다면 전략과 전술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길 때도 있으면 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승률 5할권 안팎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언제나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띄웠다. 선수들에게 힘이 필요할 때에는 힘찬 함성을, 채찍이 필요할 때에는 거침없는 쓴소리를 아끼지 말아 달라는 진심을 담았다.

“우리 롯데 선수들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대표 부임 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패배 트라우마였다.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고, 지고 있으면 포기하는 덕아웃 공기를 가장 경계했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이렇게 선수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만큼 팬들께서도 언제나 그렇듯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롯데의 뿌리는 아직 튼튼하지 않다. 팬들께서 향후 몇 년간 이 뿌리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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