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기자회견에 나선 강정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동, 고유라 기자] KBO리그 복귀 의사를 밝힌 강정호(33)가 유소년 야구 재능 기부 계획으로 자신의 죄를 덮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강정호는 23일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이던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선고받은 바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뒤 새 팀을 찾다가 최근 KBO에 복귀 의사를 밝혔고 1년 유기실격,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강정호는 "야구를 잘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린 선수들, 유소년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드리고 도움이 되기 위해 복귀를 결정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팬들, 가족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며 자신의 KBO리그 복귀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강정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죄송하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였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뒤 꾸준히 유소년 야구 지도를 하고 모교(광주제일고)에 기부를 했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이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보기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더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얼만큼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린 아이들이 더 큰 무대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고개숙이는 강정호. ⓒ한희재 기자

강정호는 자신이 유소년 야구에 재능 기부를 해서 모든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강정호는 "자신이 도미니카에서 선교사를 만나 회개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혼자만의 생각이다. 밖에서 그는 여전히 음주운전을 3번이나 한, 그것도 한 번은 뺑소니 사고를 치고 미국으로 떠난 전 KBO리그 선수일 뿐이다. 스스로 회개하고 스스로를 용서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은 거만한 '아집'이다.

강정호를 보고 유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 역시 혼자 한 '오판'이다. 당장 강정호에게 유소년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해보자. 야구 기술에 대한 질문보다는 음주운전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클텐데 "나는 음주운전을 하고도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비난을 감수하고 야구계에 복귀했지만 너희는 안 돼"라는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있을까. 

강정호는 "더 노력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아이들이 그를 보고 "사람이 바뀌면 좋아지는구나"라고 생각할지, "음주운전을 해도 반성한다고 하면 야구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강정호가 유소년 야구를 맡아 가르치는 것 자체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다. 강정호가 말한 "아이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에 더욱 더 미안했다"는 말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스스로에게 '유소년 야구 재능 기부'라는 '자체 징계'를 주고 이를 발판 삼아 KBO리그 복귀를 희망한 강정호. 스스로도 "앞으로는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고 노력했는데도 또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팬들, 가족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결정했다"고 자신의 결정에 이기심이 끼어 있음을 인정했다. 

강정호 보류권을 가진 키움 구단은 강정호가 사과를 한 뒤 입단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구단들 중에서는 커다란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강정호를 영입할 마음을 가진 팀이 없다. 여전히 이기적인 강정호가 미숙하고 반복된 답변만으로 점철된 기자회견 하나만으로 팬들의 마음을 모두 돌릴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스포티비뉴스=상암동,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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