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 탓에 10개 구단은 내년 전지훈련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말밖에 할 수 없어요”

2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이숭용 kt 단장과 김종문 NC 단장은 2021년 전지훈련 계획에 대해 나란히 한숨을 내쉬었다. 두 팀은 올해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미국 내에서 그나마 시설이 괜찮은 곳이었다. 또 서로 연습경기를 자주 치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021년 KBO리그 전지훈련에도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숭용 단장은 “사정이 나아지기를 희망하지만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기 힘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23일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240만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유지되는 것 또한 우려스럽다.

이런 사정 탓에 kt는 아직 2021년 전지훈련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기존 경기장과 1년 계약이 남은 NC도 사정은 똑같다. 김종문 단장은 “보통 전지훈련 경기장과 숙소 계약은 7월에는 다 끝난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7월에 들어가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다.

일본이나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던 팀들도 웃을 처지가 아니다. 이 단장은 “들어올 때 자가격리 기간이 문제다.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라고 했다. 현재 해외에서 입국하는 이들은 모두 2주간의 의무 자가격리 기간을 갖는다. 따뜻한 해외에서 애써 몸을 만들었는데 정작 한국에 들어오면 2주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못한다. 전지훈련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10개 구단은 국내로 눈을 돌렸다. 현재 10개 구단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무리캠프를 모두 국내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지훈련은 아직 시간이 있지만, 일부 구단들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해 제주도에 시설을 알아보고 있다. 남부 지방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들은 2군 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상황까지 상정 중이다.

다만 김 단장은 “제주도도 알아봤는데 2~3월에 상대적으로 따뜻하기는 하지만 그 시기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캠프지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래나 저래나 국내에서는 날씨가 해외만큼 좋지 않은 관계로 선수들의 훈련 여건에 큰 지장이 생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으로 해외로 나갈 상황이 돼도 전지훈련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구단별 100~150억 원 정도의 추가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각 구단들의 1년 이벤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전지훈련이다. 지갑이 얇아지면 그만큼 규모도 축소할 수밖에 없다. 1군 선수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1.5군, 2군 선수들에게 더 큰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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