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사과 기자회견을 연 강정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동, 고유라 기자] KBO리그 복귀 의사를 밝힌 강정호(33)가 KBO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키움 히어로즈 입단이 첫 번째 과제다.

강정호는 23일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과거를 사과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이던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뒤 새 팀을 찾다가 최근 KBO에 복귀 의사를 밝혔고 1년 유기실격,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강정호는 이날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키움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입단한다면 첫 해 연봉은 기부하겠다"며 KBO리그 복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정호의 공개 사과가 먼저"라고 했던 키움은 이제 강정호 입단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키움과 강정호는 깊은 관계가 있다. 강정호는 2006년 현대에 입단했고 2008년 히어로즈가 만들어질 때 동료들과 함께 넘어갔다. 이후 피츠버그로 떠날 때까지 9년을 히어로즈에서 뛰었다. 피츠버그에 입단하면서 KBO 임의탈퇴 상태가 돼 있기 때문에 강정호의 보류권은 키움이 가지고 있다. 키움은 강정호를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수 있다.

지금 현재 키움의 전력을 볼 때 비난 여론이 큰 강정호를 굳이 품을 이유는 없다. 강정호가 없어도 비판 받을 일이 많은 팀이 키움이다. 팀의 '빌런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당연히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키움이 망설이고 있는 이유, 구단이 강정호를 영입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친 뒤 그는 2017년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당시 강정호가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을 때 팀에 있던 한 선수는 기자에게 말했다. "밖에서 볼 때는 '천하에 나쁜 놈'이더라도 우리에겐 동료다. 입장을 바꿔서 친구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그 친구와 인연을 싹 정리할 수 있겠나 생각해보라"고.

그 말을 들은 기자는 2013년 한 장면이 생각났다. 기자는 지난 2013년 키움이 넥센 히어로즈 시절 한 선수의 음주운전 기사를 썼다. 당시 넥센은 연패에 빠져 있었고 이미 다른 선수의 구설수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부산 사직구장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던 넥센 선수들 몇 명이 기자를 따로 불러냈다. 

선수들은 기자를 둘러싸고 "선수의 음주운전 기사를 써서 조회수가 많이 나오면 포털사이트에서 돈을 많이 주냐", "아니라면 선수 인생 망치려고 그런 기사를 쓰냐"며 기자를 '돈에 눈이 멀어 선수를 팔아넘긴' 사람 취급했다. 그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강정호였다. 2009년, 2011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지만 구단에 알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것처럼 유독 더 흥분했는지 모른다.

지금이야 선수들의 도덕적 의무감이 한층 높아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선수들의 '정'이란 그렇게 무서웠고, 특히 학연, 지연, 인맥이 얽히고설킨 KBO리그는 더욱 알고 지낸 동료와 눈 딱 감고 돌아서기 어려웠다. 현재 구단 역시 강정호와 계약하지 않았을 때 '선수의 앞길을 구단이 막았다'는 시선을 팀내 선수들로부터 받을까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키움 선수단이 다시 한 번 사회적 책임감을 단단히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강정호는 23일 기자회견에서 키움 구단에 "예전 정을 보고 받아달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동료들이나 팬들에게 제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이 됐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 쳐도, 그 기회를 쉽게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더 많다. 키움이 이런 그를 품는다면 구단 역시 도덕적 해이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꼴이다. 키움 스스로 일을 키우게 된다.

스포티비뉴스=상암동,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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