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그바와 페르난데스(왼쪽부터) 조합의 힘은 어디까지?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폴 포그바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동시 기용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찾고 있던 바로 그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5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3-0으로 이겼다.

결과도 시원했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장면은 전체적으로 발전한 경기력이었다.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68.2%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91%로 아주 높았다. 그리고 '경기 주도권'을 결과로 이어 갔다.

앙토니 마시알이 전반 7분, 전반 44분 연속 골로 리드를 안기더니, 후반 29분엔 해트트릭까지 작성했다. 하지만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대신 동료들과 연계 속에서 득점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후반 29분 기록한 세 번째 골이 중요했다. 후방까지 물러났던 폴 포그바가 전방의 공간으로 움직이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페르난데스는 수비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발뒤꿈치로 마시알에게 내준다. 페르난데스의 영리한 패스 덕분에 마시알은 공간을 확보했고, 마커스 래시포드와 2대1 패스로 수비진을 완전히 허문 뒤 칩킥으로 마무리했다.

그간 맨유의 공격은 밀집 수비를 만나면 답답했다. 측면에서 개인 돌파에 의존하거나, 공간을 찾지 못해 수비진 주변을 맴도는 경우가 많았다. 포그바와 페르난데스가 중원에 배치되면서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에서 크게 발전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맨유는 이번 시즌 전체 슈팅 가운데 46%를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시도했다. 경기당 6.8개인데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밀집 수비를 세울 경우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 자체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반면,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15개 슈팅 가운데 11개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기록했다.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시도한 슈팅은 단 4번에 불과했다.

포그바와 페르난데스가 동시에 배치되면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했다. 포그바는 후방에서 안정적인 볼 점유가 가능한 선수다. 기술이 워낙 뛰어난 데다가 신체적으로 강인하다. 창의적인 능력까지 갖췄다. 그래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땐 포그바에게 쏠리는 부담이 컸다. 대신 포그바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실수를 저지를 경우엔 팀 전체가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포그바보다 조금 앞에서 움직일 수 있는 페르난데스의 합류로 포그바는 부담을 덜었다. 

페르난데스는 폭넓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고 연결해주는 유형의 선수다. 포그바와 공격진 사이에 벌어진 공간을 연결해 줄 수 있다. 페르난데스가 합류한 이후 공격진 전체에 활기가 돌게 된 이유다. 후방에서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는 포그바의 존재로 페르난데스 역시 후방까지 깊숙히 내려오지 않고 공격적인 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기에 네마냐 마티치가 중원의 빈 공간을 채우면서 두 미드필더가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맨유의 경기 장악력 그리고 공격 전개의 세밀성이 크게 좋아졌다. 영국 라디오 방송 '토크스포츠'는 경기 직후 "페르난데스와 포그바가 맨유가 타이틀 경쟁자가 될 수 있단 걸 증명했다. 셰필드를 상대로 환상적인 중원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뒤 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를 여럿 영입했지만, 팀으로서 완성도는 떨어졌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포그바와 페르난데스의 조합을 확인했다. 포그바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지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아래서 맨유는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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