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마무리 오승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회초까지 6-0으로 넉넉하게 앞서갔다. 필승조를 굳이 등판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끼감치 승기를 잡은 경기였다.

그런데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둔 9회말 들어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구원투수로 나온 장지훈이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면서였다. 장지훈은 후속타자 손아섭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지만, 이대호에게 좌전안타, 한동희에게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로 몰렸다.

작은 불씨가 조금씩 커지자 조용하던 삼성 불펜도 덩달아 바빠지게 됐다. 얼마 뒤, 자리를 박차고 몸을 풀기 시작하는 선수가 있었다. 마무리 오승환이었다.

전날 9회 등판해 14개의 공을 던졌던 오승환은 불펜에서 캐치볼을 하며 굳어있던 어깨를 풀었다. 경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면서였다. 그러나 이날 오승환의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지훈이 딕슨 마차도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내준 뒤 허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실점으로 마지막 이닝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 삼성 허삼영 감독. ⓒ삼성 라이온즈
다음날 만난 삼성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은 캐치볼 정도만 소화했다. 당시 시점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마운드로 올리지 않았다. 명분이 없었다. 다만 상황이 악화됐으면 등판시킬 생각이었다”고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280개)를 기록 중인 오승환을 향한 사령탑의 배려가 엿보인 설명이었다. 추가 실점을 내주면서 위기가 악화될지언정, 오승환을 세이브 상황이 아닌 시점에선 올릴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날 허 감독은 또 다른 대목에서도 ‘명분’이란 단어를 꺼내 들었다. 바로 불펜진 구성이었다. 현재 삼성은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불펜진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자원인 장필준과 이승현이 아직 2군에서 머물러 있지만, 기존 투수들의 활약과 오승환의 가세로 47경기 동안 단 하나의 블론세이브만을 기록 중이다.

허 감독은 “장필준과 이승현과 관련된 보고는 계속 접하고 있다. 둘을 빨리 1군에서 보고 싶지만, 구위를 더 확인하고 올릴 생각이다”면서 “현재 우리 불펜진이 잘해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누굴 올리기 위해 누굴 내리기란 어렵다.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1년차 초보 사령탑이지만, 뚝심 있게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허삼영 감독의 야구는 계속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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