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 7관왕 도전 페이스로 달려나가는 로하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하루에 한 개의 안타를 치는 게 힘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하루의 한 개의 안타로 성이 안 차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멜 로하스 주니어(30·kt)라면 전형적인 후자다. 워낙 기본 성적이 좋다. 외국인 타자 신화에도 도전한다.

적어도 현 시점, KBO리그 최고의 타자는 로하스다. 원래 잘 치던 선수가 올해는 더 업그레이드됐다. 60경기에서 타율 0.380, 21홈런, 5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51의 괴물 같은 수치를 찍고 있다. 타격 순위를 보면 실감이 더 난다. 전공이 아닌 도루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최상위권이 로하스 잔치다. 

타율(.380)에서는 2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0.370)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최다 안타(92개)와 득점(55개) 페르난데스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으나 역시 1위다. 홈런(21개)과 장타율(.719)은 2위권과 차이가 너무 벌어져 당분간은 따라올 자가 없는 1위. 그 외 출루율·타점은 당장 오늘 1위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2위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모두 1위거나, 혹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로하스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확답하기는 이르지만 2010년 이대호(롯데) 이후 처음으로 타격 트리플크라운 및 최다관왕(7관왕)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나왔다. 그 어마어마했던 2015년 테임즈도 박병호(키움)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트리플크라운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관왕 기록도 노려볼 만하다.

KBO리그 역대를 따져도 로하스의 현재 기록은 가공할 만하다. 시대 차이 또한 비교하기 편한 조정득점생산력(wRC+)을 볼 때, 로하스는 200.1(스탯티즈 기준)으로 2000년 이후 3위다. 로하스보다 더 좋은 wRC+를 기록한 21세기 타자는 2015년 에릭 테임즈(NC·222.3), 그리고 2003년 심정수(현대·210.7)가 전부다. wRC+에서 200을 넘기는 대단히 힘든데 로하스가 역대급 성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외국인 타자였던 로하스는 올해 각오가 남달랐다. 지난해 성적과 별개로 득점권에서의 침묵, 영양가 논란 등을 로하스도 잘 알고 있었다. 타순도 4번에서 5번으로 조정됐다. 장타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 또한 사실. 그런 로하스는 올해 독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컨디션 관리가 잘 됐고, 코로나19 여파로 2주간 자가격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이는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더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약간의 운도 따랐다. 로하스는 원래 추운 날은 배트 그립감이 떨어져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연기되면서 로하스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에 시즌이 시작됐다. 팀 타선도 좋다. 로하스를 거르고 다른 타자들을 상대할 만한 상황이 안 된다. kt 구단의 역사와 외국인 신화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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