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현. 제공|NEW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이정현이 박찬욱 감독과의 남다른 인연을 밝히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현은 영화 '반도' 개봉 다음날인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박찬욱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1996년 개봉한 장선우 감독의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당시 강렬한 연기로 유수의 영화상을 휩쓸며 '천재 배우'로 높이 평가받았다. 이후 가수로 활동 반경을 넓혀 '와' '바꿔'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밀레니엄 테크노 여전사로 사랑받았다. 

박찬욱 감독과는 201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디지털 단편 '파란만장'으로 만나 호흡을 맞췄다. '파란만장'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1등에 해당하는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았고, 이정현은 이후 '범죄소년'(2012), '명량'(2014),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스플릿'(2016), '군함도'(2017)과 '반도'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배우 이정현. 제공|NEW
데뷔작 '꽃잎' 당시 말 그대로 '미친' 캐릭터를 연기하며 꾸중도 많이 듣고 촬영도 힘들게 마쳤다는 이정현은 톱 가수로 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은 데 대해 그저 "영화가 너무 좋다. 항상 그리웠다"며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정현은 "저는 '꽃잎' 하고 나서도 영화를 많이 찍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애매하고 성장도 덜 돼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없더라. 그래서 굉장히 우울했다"며 "성인이 되고 나서 좋은 작품이 안 들어오니까 내가 음악 좋아하니 가수를 하면 들어오겠다 하고 음반 활동을 했다. 이미지가 세서 작품이 더 안 들어오고, 강한 공포물 귀신 역 같은 게 들어왔다. 오히려 해외에서, 중국-일본에서 드라마를 찍었다"고 털어놨다.

이정현은 "그러다 사석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연기를 하냐고 물으시기에 '하고 싶은데 안 들어온다'니 놀라시더라"며 "그러고 어느날 '파란만장'을 주셨다. '파란만장' 덕분에 그 이후에 '범죄소년''명량'을 찍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현에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배우로서 또 다른 계기가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출연에도 박찬욱 감독이 큰 몫을 했다.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노개런티 독립영화라 소속사에서 저 몰래 못한다고 했는대 박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구해서 주셨다"며 "잘 나온 것 같다고 추천해 주셨다"고 귀띔했다. 

▲ 배우 이정현. 제공|NEW
이런 인연으로 박찬욱 감독은 이정현의 결혼 때 축사를 했고, '반도' 개봉을 앞두고 출연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도 힌트요정으로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정현의 부탁에 박찬욱 감독이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이다.

방송에서 박찬욱 감독은 "이 분 덕분에 내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정현을 "한국의 레이디 가가"라고 표현했다. 이어 "사실 정확히 말하면 반대로 해야한다. 이 분이 더 먼저다. 그래서 레이디 가가가 미국의 이 분이라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정현은 "레이디 가가를 좋아하는데, 저야 영광이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정현은 재차 "박찬욱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한다.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꽃잎'은 안 좋고 어둡고 또 정신나간 역할이라 저도 '저런 걸 어떻게 했지' 하고 보는데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비디오밖에 없었는데 영상자료원 가서 DVD로 구워서 가지고 가지라고 하시더라. 사실 포기했었고, 자신감도 없었는데 저에게 자신감을 주셨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반도'는 K좀비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 '부산행'의 뒤를 잇는 작품.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땅으로 돌아온 사람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5일 개봉과 함께 35만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19로 주저앉은 극장을 회복시킬 기대작으로 더 주목다고 있다. 이정현은 강인한 모성애를 발휘하는 생존자 민정 역을 맡아 여전사 매력을 십분 발산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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